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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문/KBS 기자협회,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121명

truehjh 2014. 5. 12. 22:30

 

- 다음은 KBS기자협회가 5월 9일 오후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길환영 사장은 KBS 독립성 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자리에서 물러나라

KBS 보도국장이 KBS사장의 보도 간섭을 지적하며 길환영 사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김시곤 보도국장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길사장이 언론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 없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길환영 사장은 지난 해 인터넷기사 수정 파문 당시 기자협회에 ‘자신은 보도에 간섭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간섭할 뜻도 없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다. 당시 기자협회는 KBS 사장의 약속이라는 권위를 존중해 해당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사장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보도국장의 표현대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에 KBS 기자협회는 길환영 사장은 이제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선포한다. 아무리 사장이더라도 보도 부문에 대한 사장의 간섭은 지극히 제한적이었음은 그동안 공정 방송을 염원해온 KBS 구성원들이 땀과 피를 바쳐 확립해온 전통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소중한 전통이 무너져 있음이 드러났다.

더욱이 이번 보도국장의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길사장은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

길환영 사장에게 엄중히 말한다.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마지막 품위를 다하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해 스스로가 행한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그리고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라. 그리고 보도국장의 촉구대로 그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 그것이 사장으로서 협회가 전하는 마지막 예우다.

더불어 보도본부장도 기자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 보도국장의 발언을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라. KBS 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다하라.

2014.05.09 KBS 기자협회

 

 

- 다음은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이 5월 12일에 발표한 성명문이다.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 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