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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뜻'에 대한 몰이해, 면죄부는 없다 / 박영돈

truehjh 2014. 6. 11. 22:50

전통적인 신학에서는 악이나 불의가 하나님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영역, 즉 하나님의 주권 밖에서 일어난 것이라는 이원론적인 오류를 배격하고 악까지도 하나님이 주권적인 섭리 가운데 포괄된 관점에서 이해해 왔습니다. 이를 하나님의 허용적인 작정, 또는 감추인 뜻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하지요. 이는 이 세상만사가 하나님의 통치와 섭리의 굴레 밖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하나님의 절대 주권 사상을 신학적으로 반성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들이지요.

 

그러나 전통적으로 이런 개념을 우리의 실생활이나 세상사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도 강조해 왔지요. 하나님의 주권적인 섭리 가운데 허용된 악과 불의는 대부분 그 뜻을 구체적으로 간파할 수 없이 숨겨진 것들입니다. 그런 미지의 뜻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여 자신의 어떤 신념과 관점을 강화한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뜻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초래하지요.

(중략)

 

일제 치하를 이스라엘이 바벨론의 포로됨과 대비할 수 없습니다(어떤 이의 댓글에 대한 답변).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의 포로가 된 것은 하나님이 그들과 맺은 언약, 즉 율법에 명시된 벌칙 조항, 즉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의 율법을 불순종하면 받게 될 징계와 저주가 임한 것입니다(신 28:15-68). 그 징계는 언약의 한 면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하나님이 그들을 혹독하게 징계하심은 그들과의 맺은 언약을 신실하게 지키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바벨론의 포로 됨에는 자기 백성을 징계하여 돌이키시려는 하나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뜻이 율법에 명시되었을 뿐 아니라 선지자들에 의해 계속 선포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도 이런 언약적인 징계는 새로운 언약 백성인 교인들과 교회에 계속됩니다. 이런 징계가 비록 우리에게 달갑지는 않지만, 우리를 아들로 대우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배려이며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입니다. 하나님의 자녀가 아닌 사생자에게는 이런 언약적인 징계가 없다고 했습니다(히 12:7-8). 죄를 물 마시듯이 짓는 세상 사람들에게는 이런 징계가 없습니다. 그들에게 징계가 없는 것이 더 무서운 징계, 즉 심판의 전조라고 할 수 있지요. 하나님의 자녀들은 자신들에게 임하는 고통과 어려움 속에 혹 하나님의 언약적인 징계가 깃들여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삶을 조심스럽게 반추해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구약의 이스라엘과 신약의 교회에 부여된 특권인 언약적인 징계가 세상 나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는 것은 성경의 기본 진리에 대한 심각한 몰이해입니다.

 

우리나라는 이스라엘처럼 하나님이 특별히 선택하여 언약을 맺으신 나라가 아니며 하나님이 직접 통치하시는 메시아 왕국을 준비하는 하나님나라의 모형도 아닙니다. 일제 치하 전의 조선은 기독교인의 비율이 채 1%도 안 되는 이방 국가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조선에 하나님의 자녀들에게만 주어지는 언약적인 징계가 임했다고 보는 것은 성경을 심각하게 왜곡하여 적용하는 것입니다.

(중략)

 

- 박영돈(고려신학대학원 교의학 교수)의 '하나님의 뜻'에 대한 몰이해, 면죄부는 없다 중의 일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