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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 박대통령의 세 번째 담화문과 232만 촛불

truehjh 2016. 12. 4. 11:45

  

어제는 광화문과 전국 곳곳에 232만 촛불들이 모였단다.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통령의 사생활은 믿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더 이상 알고 싶지도 않다. 또한 드러날 만큼 드러난 것 같은데도 끝없이 드러나고 있는 어이없는 정치행각은 불법을 넘어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이젠 더 이상 촛불의 수에 연연할 필요 조차 없는 것 같다.

 

지난 29일 대통령이 세 번째 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에서 대통령은 또다시 ‘얄미운 공’을 국회에 던지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담화문이라고 보기에는 많이 민망한 주장이라서 오히려 자신은 죄가 없다는 선언문 또는 탄핵을 방해하는 공포문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헌법을 유린하고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하고도 모자라 꼼수를 부리며 국민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그 교란작전이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간교하고 야비하기 그지없다. 적어도 민심을 어루만져줄 제스처라도 취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나의 소박한 희망이 박살나고 말았다. 이 모든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인간에 대한 소망을 품고 있던 나는 마음을 안정하고 평범한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는 것이 어려워서 괴롭기까지 하다.

 

대통령의 발언들이 나의 사생활과 이렇게 밀접하게 연관되었던 적이 언제 또 있었던가. 최근 회자되고 있는 ‘내가 이러려고 국민 했나... 깊은 자괴감이 느껴진다’라는 유행어의 이면에는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의미가 강하게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행사했고, 비록 스스로 그에게 표를 주지는 않았지만 51% 이상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인간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는 태생적으로 종교에 관해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었고, 현실의 정치에는 관심이 별로 없었던 사람이다. 정치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 같은 사람이 왜 이렇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나서게 되었을까. 나 자신도 궁금하다. 하지만 명료한 것은 내가 세월호사건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는 인간의 구원은 종교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살았다. 물론 300여 명의 생명을 속수무책으로 떠나보낸 비극으로 인해 이 믿음이 변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정치가 인간의 삶에 너무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었다.

 

그렇다면 작금의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니고 다음 세대가 살아가야 할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일이다.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달려온 지난 시간들로 인해 도덕성이 약해지고 사회적 규범이 내재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죽었다는 비통한 사실! 그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일이었다. 아니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정치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해서 현재의 정치 상황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가만히 있지 말고 의견을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자유, 평등, 정의를 구현하는 사회에서 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며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다음 세대에게 더 좋은 세상을 열어주고픈 소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로운 사회에서 기회의 평등을 누리며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이루며 살아갈 희망을 줄 수 없다면 나라와 정부는 그 존재가치를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