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국민주권

[국민주권] 판문점 선언

truehjh 2018. 4. 28. 11:32


정전협정 후 65년 만에 종전과 평화를 운운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어제 드디어 역사적인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헤어진 형제자매와 부모친척을 그리워하는 많은 사람들의 염원과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보다. 물론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은 아니다. 김대중대통령도 노무현대통령도 북으로 가서 만났다. 그분들의 열린 노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평화협정과 비핵화라는 의제를 실현시킬 만큼 성숙되어 있지 않은 주변상황이었다.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다.

 

문재인대통령의 정부에서 시대에 주어진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고 있어 감사하다. 문대통령에게 주어진 운명이랄까, 숙명이랄까... 평화를 이루어내는 아름다운 도구로 사용되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전쟁의 공포를 몰아내고, 혈연이 스스럼없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얼굴이 같고 감정이 같은 사람들끼리 만날 수 없을 뿐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이 종식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어제 손을 꼭 붙잡고 분계선을 넘나드는 두 지도자를 보며 우리 세대를 살아가는 한사람 한사람이 가진 분단의 한과 사연들을 구구절절 다 들어주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두고 온 가족들 때문에 잠 못 이루던 세월과 눈물 젖은 가슴들 부여안고 그리움만 쌓아가던 시간들 속에 있는 사람들, 전쟁의 공포로 식수를 비축하고, 라면을 사들이고, 금을 모으던 사람들... 모두가 너 나 할 것 없이 그러한 그리움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오고가며 평화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는 말, 미래를 바라보면서 이야기하자라는 말이 여러 번 강조되는 것을 들으면서 좋은 결실을 기대하게 되었다. 회담 중간에 평양냉면 가지고 온다는 말을 하다가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하며 하하 웃은 모습에서 부모님에게 듣던 억양과 말투가 느껴졌다. ‘안 되겠구나가 아닌 안 되갔구나...”에서 나도 빵 터졌다.


특히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았던 도보다리 쉼터에서의 만남과 대화의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새소리로 가득한 풍경 속에서 노신사와 젊은이는 어떤 대화와 소통을 이어갔을까. 경이로움으로 지켜보던 전 세계의 사람들은 듣지 못했지만 하늘과 땅과 새와 나무와 바람은 들었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