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사무실 근처의 동사무소에 가서 호적등본 한통을 뗬다. 인감증명서나 주민등록초본 또는 주민등록등본 정도는 가끔 띠어보곤 했지만 호적등본까지 준비해야 하는 일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아주 오래간만에 마주한 호적등본이라는 서류였다. 그런데 내가 받아본 호적등본은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같이 살고 있지도 않은 오빠가 호주로 등장하고, 묶여져 있는 서류 세장 중에 맨 뒷장 그리고 맨 끝 부분에 내 이름이 올려져 있었다. 그러니까 오빠의 아이들이 있고 그 다음에 나의 이름이 존재하는 것이었다. 반백년 넘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독립적인 존재로 존재하지 못하고 어린 조카들 밑에 끼어들어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서글펐다. 내 인생은 그냥 남의 인생에 곁다리로 붙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