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준비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고 살 수 있는 나이를 길게 잡아 80년으로 보고... 소년기 20년, 청년기 20년, 중년기 20년, 노년기 20년이라고 구분해 보자. 이제 나는 중년기 20년의 막바지에 와 있다.
인간의 발달단계 중에서 마지막 단계인 노년기를 맞이하면서 노후에 대한 준비를 점검해 보려고 한다. 노년기의 일반적인 특징은 4고(苦) 즉 무위, 질병, 고독, 빈곤이다. 따라서 나의 노후준비란 이러한 4중고에 대한 현실을 파악해 보고 나름대로의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첫째, 무위란 역할의 상실이다.
내세울만한 역할이 없이 살아와서 역할상실이란 말이 한편으로는 생소하다. 피조물된 역할을 잘 하고 살면 좋으련만... 보통의 여자들이 삶에서 맡아오던 가정내의 역할이 나에게는 없다. 사회적인 역할이나 조직에서의 역할들은 그 순간에 충실했을 뿐이므로 역할이 축소되어도 크게 상실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단지 살아가면서 담당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역할들에서 너무 빨리 배제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둘째, 질병은 건강불량의 상태다.
성인병에 해당하는 고혈압, 당뇨, 비만 등으로 고생한 적이 아직 없다. 2000년도에 하복부 통증으로 내과에 한번 찾아가 본 이후에는 치과치료 몇 번 받은 것이 의료보험증 사용한 내용의 전부다. 서류에 필요한 사항만 체크하는 건강진단서 발급 받은 것 외에는 병원에 가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었고, 몸이 아프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반복되는 저혈압이나 척추의 통증, 배변감의 문제 등이 있었다. 물론 무좀으로도 조금 괴로웠지만 병원에 실려 갈 정도의 큰 문제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셋째, 고독은 소외감이다.
지금까지 활동해오던 모든 사회관계망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솔직히 고백한다면...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는 동안 외로움을 구구절절 이야기 했지만 그것은 머리에서 나온 외로움이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아마도 젊음이 배경된 자신감으로 느끼는 절대적인 고독감... 뭐 그런 것이었을 게다. 외롭다고 소리쳐 대는 타인의 그 절절한 외로움을 절감하지는 못했던 것 같으니까... 그러나 이제 타인의 외로움이 무엇인지, 어떤 것인지 조금씩 알 것 같다. 아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 느껴진다. 몸도 마음도 가난하다고 느껴지는 것으로부터 오는 진짜 외로움은 소외감이다.
넷째, 빈곤은 소득원의 상실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극도의 부와 빈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풍요나 가난에 대처할 수 있는 자세는 훈련 받았다. 내게 주신 것들로 자족할 줄 알며 소박한 품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소비해야 한다. 주위의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너무 불안하지만 내가 보살펴야 할 식구가 없으니 큰 짐은 없다. 건강을 보살피며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선에서 절약, 절제하며 감사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론적으로, 노후준비에 대하여 말하자면...
- 역할 :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역할을 잊지 말고 살며, 가능할 때까지는 작은 사회나 공동체 속에서 내가 집중할 수 있는 한두가지 역할에 충실하자
- 건강 : 내가 제일 두려운 것은 건강악화이다. 60세를 전후해서부터는 유전적인 요인들로 인한 질환들이 두드러질 것이다. 신체적인 노화는 물론 서서히 엄습해오는 특정한 질병들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겠다. 또한 감동이나 호기심 등이 사라지면서 정신적으로도 노화되어 가고 있지만 억지로라도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한 건전한 집중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 고독 :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관계망을 유지하며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 빈곤 : 물질에 대하여 너무 의존하지 말고 가난한 마음으로 자유롭게 살자.
이러한 삶을 준비하므로써... 오히려 생에 대하여 지혜로워지며 인생의 경륜이 많아져서 스승이 되고, 멘토가 되고, 현인이나 장로가 되는 나의 노년시기를 맞이하고 싶다...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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