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장년시대(2008~2019)

e중년기마무리 - 어느 날의 염려

truehjh 2011. 10. 1. 16:20

육신의 고통에 대한 어느 날의 염려


아주 가끔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가 특별한 질환의 진단을 받는다면 어찌할까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그럴 때마다 순간적으로 전율이 느껴지는 공포 속에서 두 마음이 싸운다. 하나는 이대로 죽음을 맞아도 별로 나쁠 것이 없다는 내 마음의 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삶을 연장해야 한다는 외부의 압력이다. 치료를 거부한다면 통증이라는 공포와 고통이 주어지는 것이겠고, 치료를 시작한다면 길게는 10년 내외의 투병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리라. 그리고 그다음의 결과는 같은 것이다. 둘 다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인데 삶의 질을 생각해 보면 어느 하나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 간단하지가 않은 것 같다.


이러한 상상에 관한 지금까지의 쭈욱 일관된 나의 생각은 완치가 가능하지 않은 질병을 가지게 된다면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냥 그 질병과 함께 담담히 사는 것이다. 그 질병이 현재의 내 생애에 주어진 옵션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느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생명의 의미를 완성하는 것인지를 잘 모르겠다. 단지 ‘가볍게 하나님 나라 갈 수 있도록 모든 짐 내려놓게 해 주세요’라고 기도할 수 있을 뿐일 것 같다. 통증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그때까지 지낸 것과 똑같이 지내다가 통증이 심해져서 일상생활의 영위가 힘들어지면... 그때 가서 나는 아픈 사람이 되리라고 가정해 본다. 그 순간까지는 지금까지 지내온 것과 같이 그냥 지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지금 이 순간의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그냥, 굳이 이유를 찾으려고 할 필요 없이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사하다. 그렇다. 막연하게 일상에서 느끼는 군데군데의 통증들마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