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graphy/장년시대(2008~2019)

e중년기마무리 - 격파되는 경계선 55~57세

truehjh 2011. 6. 16. 17:48

격파되는 경계선


몸이 마음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투정할만한 상황을 지난 나이, 몸과 마음이 늙음을 같이 인정하게 되는 시점, 마음과 몸이 함께 가고 있음이 확인되는 경계, 내 나이 55~57세.


흐트러짐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살아온 내가, 나의 육신이, 이제 막 흐트러지고 있다. 내 기억에 의하면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이성도 감정도 완전히 풀어놓아 본 적이 별로 없다. 자유를 누렸지만 진리 안에서의 자유가 최고의 가치라고 외쳤고, 이성적인 감정의 절제가 미덕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육체가 그 한계를 넘어가고 있다. 이성의 조정이나 감정의 통제가 가능하지 않은, 말하자면 육신의 반란이다.


심장의 박동이 제 마음대로 박자를 벗어나고, 눈의 근력은 힘을 잃어 시야가 불분명하고, 뼈들이 아프고, 치아가 흔들리고, 온갖 호르몬들이 균형을 잃어버렸다. 잘 조절되어 유지되던 신체의 리듬이 깨지면서 여기저기 고장의 신호가 온다. 오장육부의 장기들이 반란을 일으키니 이제부터는 수리하고 교체하면서 다독이며 조절해 가며 사용해야 하나 보다.


병원에 가야 할 정도의 감기로 고생한 적도 없고, 특별한 사고도 없이 무지무지 건강하게 잘 살아온 나는 이 생소한 경험과 사건에 대처하기가 어렵다. 아니 두렵다. 몸이 늙는 것이 서글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늙지 않는다는 것이 서글프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러나 그런 서글픔을 느낄만한 여유마저 없는 나이... 내 나이 55~5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