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미국(1992)

[세번째 미국으로(1992년)] 화려한 불발

truehjh 2011. 11. 12. 12:18

 

1992.06.08 : LA 폭동의 현장

 

여기는 다시 미국이라는 곳이다.

지난 4월 LA에서 일어난 한인에 대한 폭동의 현장이 눈에 보인다.

타버린 건물과 무너져 내린 내부의 자재들은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되어 있었는데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건강하다.

어제 그제는 마켓가고, 책 찾으러 가고, 성당에 가고,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어제 갔었던 Santa Monica의 Chart House는 인상적이었다.

태평양물결이 넘나드는데 그 모든 질서와 영겁의 시간이

해변가 특유의 풍경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좀더 현실적이고 합리적이 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1992.06.12 : 목표는 힘을 잃고..

 

내가 한국에 남겨놓고 온 것들은 무엇이고

이곳 미국이라는 곳에서 이룰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한국에 남겨놓은 것들로 인해 미래로 나아갈 수가 없다.

물론 미래 때문에 내가 지금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현재의 나가 중요하다.

지금의 나...

숨쉬고 생각하고 무엇인가를 바라고 있는 나...

기다리고 있는 나... 무엇인가를...

 

이제 목표는 없다.

시험을 마무리하고 여행을 좀 하고 돌아가자...

왜... 나에게... 이런 기간을... 허락하셨는지 알 수가 없다.


- 하나님이여 나를 보호하소서 내가 주게 피하나이다... 시편 16편

 

 

1992.06.14 : Oakland

 

시험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여행을 위해서인 것처럼... LA에서 Oakland로 떠났다.

Magic Mt.을 지나 끝없는 평원을 달리는 자동차는 지치지도 않는다.

지약사부부와 그의 아들과 함께 많은 이야기를 하며 4시간 정도 달려가다

어느 Rest Area에서 우동을 끓여 먹고,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 다시 3시간을 달렸다.

Best Western의 chain인 Inn에서 여장을 풀었다.

시험을 볼 호텔을 한번 둘러보고 저녁은 중국레스토랑에 갔는데

그들에게는 우리가 중국사람 같이 보였나 보다.

 

다음 날은 수면제가 필요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