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우리나라

2014 01 강화도

truehjh 2014. 1. 6. 19:52

2014.01.04

 

오빠네 식구들과 강화도에 갔다.

일본에서 조카가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할 겸 나를 합석시킨 것 같다.

날씨도 포근하고 바닷바람도 그리 심하지 않아서 오붓한 드라이브였다.

가는 길 어디쯤에서 오빠는 군에 있을 때 면회 오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했는데,

자신의 아들은 이후에 이 길을 지나면서 자기의 아버지 즉 오빠 자신에 대하여

어떤 이야기를 하며 추억할까를 궁금해 하는 것 같았다.

나의 아버지와 오빠와 조카... 이렇게 삼대에 걸친 기억들은 모두의 삶을 충만하게 해 줄 것이다.

 

제일 먼저 들린 곳이 강화산성이다.

차를 세우고 문을 통과해서 걸으면서 사진도 몇 장 찍었다.

약수를 마시러 간 오빠와 조카를 기다리며 큰올케와 잠시 담소도 나누고...

 

 

 

 

 

 

 

 

 

 

 

  

내려오는 길에 점심을 먹으러 묵밥집에 들렸다.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방에 앉아서 콩비지와 묵밥을 나눠먹고,

오빠가 추천하는 찻집으로 차를 돌렸다.

섬이지만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구니들이 운영한다는 ‘백련사의 차향처럼’은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한 겨울에는 물이 모자라 문을 닫는다는 친절한 알림표가 문에 붙어 있다.

약간은 서운한 마음으로... 백련사 입구 주차장에 서서 시원하고 맑은 바람을 힘껏 들여 마셨다.

햇볕 따스하게 내려쬐이고, 바람이 세지 않아 아늑한 곳이다.

 

  

백련사에서 내려와 진달래가 아름답게 핀다는 고려산을 통과해서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다가

올케언니가 친구들과 함께 가보았다는 예쁜 찻집을 찾아갔다.

차를 마시면서 조카의 타국생활 이야기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순수하고 올곧은 한 청년이 내 눈앞에 앉아 있어서 기분이 참 좋았는데

걱정을 하고 있는 오빠내외를 보니 부모에게는 자식이 커도 아이 같아 보이는가 보다.

30대 초반을 살고 있는 그의 삶이 아직 녹녹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그의 인생길 앞에 놓여있는 직장, 결혼 등의 문제들을 잘 풀어내리라고 믿는다.

지금은 어떤 훈수보다 용기를 주고 격려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는 한 젊은이에게... 고통을 동감해 주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

    

찻집에서 나와 다시 파주로 향했다.

오랜만에 큰조카가 왔다고 동생이 저녁을 샀고, 온식구가 맛있게 먹은 후에 헤어졌다.

서로 관심을 가지고 마음 써주는, 서로 나누고 베푸는, 그런 소소한 기쁨이 피어났다.

‘형제자매(?)가 동거하는 일이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라는 내용의 성경구절이 기억난다.

아버지가 자주 되뇌이시던 말씀이다.

같은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자라난 형제자매와 그 식솔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람 사는 정을 나누며, 음식을 먹고, 이야기꽃을 피우니, 어찌 즐겁고 아름답지 아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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