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동주

truehjh 2016. 3. 2. 12:45


동주 / 이준익 감독

 

아름답고 성결한 시어를 가슴에 품고 마루타로 죽어간 시인을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동갑내기 사촌지간으로 시인을 꿈꾸는 동주와 신념을 실천하려는 동규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시대적 아픔이 젊은이의 꿈을 좌절시키고 생명마저 앗아가는 비극과 만나게 된다. 28세의 나이로 감옥에서 죽어간 착하고 여린 시인의 꿈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윤동주의 시가 어떤 시대적 상황을 거치며 이 땅에 남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알려주는 영화 <동주>는 흑백의 묘미를 살려 차분하게 진실과 정직을 전달하면서 감동을 준다. 혹독한 세상을 향해 몽규 같이 대항하지 못하는 동주는 무력한 시를 부끄러워했던 것 같지만 그 부끄러움마저 시어로 사용하는 정직성을 통해 그를 깊게 이해하게 만든다. 그의 시 중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는 서시의 한 구절을 되뇌일 때마다 어떻게 이런 글이 나올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는데 이제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다.




 

 

별 헤는 밤​

- 윤 동 주 -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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