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내사랑>과 <파리로 가는 길>

truehjh 2017. 9. 5. 10:38

<내사랑>, <파리로 가는 길>

 

오빠가 추천해준 영화 <내사랑>을 보려고 며칠 전에 광화문 시네큐브로 갔다. 보려고했던 시간의 표가 매진되어서, 아쉽지만 다른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의 티켓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여왕과 나는 커피를 마시면서 시간을 기다리다가 영화상영관으로 일찍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환한 불빛에서 티켓을 살펴보니 이 영화가 끝나는 시간과 <내사랑> 마지막 상영시간이 겹치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영화 두 편을 연달아 보기로 합의했고, 여왕은 바삐 나가서 마지막 남은 좌석 중 2좌석을 구입했다. 그녀는 하루에 영화 두 편을 관람하는 것은 처음이란다.


<파리로 가는 길>은 엘레노어 코폴라 감독이 80세의 나이에 자신의 스토리를 담아 만든 영화다. 워커홀릭 남편 알렉 볼드윈, 원칙주의 미국여자 다이안 레인, 낭만주의 프랑스남자 아르노 비야르가 연기한 프렌치 로드 트립 무비다. Are you happy?프랑스남자가 미국여자에게 묻는다.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는 다이안 레인의 연기가 참 좋았다.



 


영화 <파리로 가는 길>은 가볍게 끝이 났다. 윗층 식당가로 올라가 기분 좋은 상태로 저녁을 먹고 다시 영화관으로 내려갔다. <내사랑>을 보기 위해서다.


아주 작은 집에서 살고 있는 에버릿과 모드, 모드가 직업을 구하기 위해 에버릿의 외딴 집으로 찾아가기 전까지는 각자가 고단한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 혼자인 게 익숙했던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하게 되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그들의 실화는 영화가 되었다.


관절염으로 인한 장애가 그녀의 삶을 온통 짓누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인한 의지로 삶을 마주하는 그녀! 위기가 닥쳤을 때 나는 당신을 좋아하고, 당신은 내가 필요해요...라고 말하는 모드의 용감한 지혜! 마지막 병실에서 난 왜 당신을 늘 부족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살았을까라는 에버릿의 말에 대하여 난 사랑받았어, 난 사랑받았어...라고 두 번씩이나 되뇌면서 숨을 거두는 그녀의 주체적인 삶의 방식에 경의를 표한다.






 

두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선택한 사랑의 방법은 달랐지만 멋졌다. 특히 <내사랑>의 주체 모드...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자 모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타인의 사랑에 의존하는 나! 나 자신의 장애를 보며 스스로 늘 부족한 사람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나!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보는 시각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며 살아온 나! 상대방의 시각으로 나를 규정하면서 주체가 아닌 객체로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본다.


비단 장애의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약함, 고난, 상처 등의 주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가라는 삶의 자세에 대한 문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사랑할 수 있어야만 타인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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