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도서 - 노년 / 보브아르

truehjh 2017. 10. 10. 22:13

노년 / 시몬느 드 보브아르

 

1905.06.21.~1980.04.15. : 사르트르

1908.01.09.~1986.04.14. : 시몬 드 보부아르

 

21세에 사르트르 만나고, 36(?)세에 미국인 작가와 연애를 시작해서, 50(?)세에 엄마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글(편안한 죽음)을 쓰고, 72세에 사르트르를 보내면서 글을 쓰고, 78세에 죽음을 맞이한 보부아르. 그녀의 삶을 단순하게 ‘읽고, 쓰고, 여행하고, 예술계 인사들과 교류하고’로 축약할 수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살다간 흔적을 다른 시각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다. 지금 현재의 나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이것으로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규정지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녀의 삶을 참고해서 나의 앞 날을 예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이기도 한다.

 

요즘 다시 보부아르에 대한 나의 관심이 커진 것은 <노년>이라는 그의 책 때문이다. 지금 현재의 내 나이일 때 그녀는 <노년>을 발간했다. 나는 보브아르가 노년이라는 책을 출간한 그 나이에 그 책을 읽고 있다. 방대한 자료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시선을 지금 부러워하고 있는 나는, 루이제 린저와 도르테 죌레에 이어 보부아르를 지적 호기심의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 물론 성적 호기심의 깊이가 다르긴 하지만 60세 전의 삶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 다만 지금 이 나이에서 죽을 때까지의 그녀의 삶이 비교 기준이 될 수 있어서 좋다.

 

물론 그녀보다 더 가깝게 계셨던 내 엄마를 비교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엄마는 자식이 있어서 내 나이 이후의 삶은 나와 전혀 다른 형태로 마무리 지으셨기 때문에 격세지감이 들었다. 60이 넘은 나이에서 70 중반의 나이까지 활발한 창작활동을 하면서 가르치는 일을 하거나, 시와 소설을 쓴 박경리 선생도 그리고 박완서 선생도 모두 가족이 곁에 있는 삶이어서 비교할 수가 없다. 보브와르는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

 

‘노인들은 청년의 연장이며, 그렇기에 예전에 그가 가졌던 인간의 자질과 결점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고 시몬 드 보부아르가 말했다. 내 속에는 아이 청년 젊은이 중년의 모습이 다 들어 있는데 겉모습은 노인의 모습만 보이는 것 같다. 젊음은 칭송되고 연륜은 무시되는 시대에 나이에 걸맞은 늙음이 어떤 것일까.

 

 

** 참고 **

일본에 앞서 고령사회를 맞이한 곳은 유럽이다. 1970년대에 들어와 영국, 독일, 프랑스는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5%가 넘는 고령사회에 도달했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를 예고한 책이 시몬 드 보부아르가 1970년에 발표한 <노년>이다. 서른한 살 <제2의 성>을 출간해 억압받는 여성의 상태를 고발했던 그가 이제 예순두 살을 맞아 <노년>을 통해 고령세대의 비참한 실존을 주제로 삼는다.

 

보부아르는 노인이란 지위가 주체적으로 취득한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고대의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었지만, 근대 이후에는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모한다. 자본주의 문화는 젊음을 찬양하지 나이 듦을 기리지 않는다. 노인은 결국 가족과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이 소외의 감정은 슬픔과 분노를 동시에 격발시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년의 삶의 질은 계층에 따라 격차가 두드러진다. 특히 하층계층 노인은 직업을 잃으면 쓸모없는 잉여의 존재로 전락하게 된다고 보부아르는 분석한다.


분명한 것은 고령사회 대책에서 국가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기초연금 인상에 더해 노인 일자리 창출을 통한 노후소득 증대, 연금 인상에 따른 재정 확보를 위한 증세의 사회적 합의 모색, 건강보험 지원의 확대 등이 요구된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을 부담스러운 짐으로만 생각하는 문화도 바뀌어져야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주장하듯 경험 많은 노인들의 능력을 활용할 이유는 여전히 충분하다. 나아가, 보부아르가 충고하듯 노인 스스로 자기 삶의 의미를 개척하고, 젊은 세대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높여야 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든 언젠가 노인이 되고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는 경구다. 죽음에 앞서 쓸쓸한 노년 또한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김호기 | 연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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