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logue/Oh, Happy Days!

지진과 수능시험 연기

truehjh 2017. 11. 16. 22:56


포항 근처에서 큰 지진이 일어났다. 그것도 수능 바로 전날인 어제... 포항근처에 사는 수험생들의 상황이 아주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정부는 심사숙고 끝에 수능 연기라는 대책을 발표했다. 나는 ‘수능 연기라는 결정을 내린 우리 사회의 성숙도에 자부심을 느낀다. 소수를 위한 배려가 힘을 얻고 있음이 증명되어서 감사하다. 우리 사회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고, 다수를 위한 논리로 모든 일들을 해결하는 데에 브레이크를 걸 능력이 있다는 점에서 안심이 된다.

 

물론 수능 당사자들에게는 엄청난 긴장감을 부과시키는 결과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또한 소수의 학생들은 수능 연기의 원인 제공자로 원망을 들어야 하는 기막힌 상황을 겪고 있을지도 모른다. 한편에서는 수능은 연기하되 다음날 발표하기로 되어있는 수시 합격 발표를 제발 그대로 해달라는 청원을 넣기도 하는 것을 보면 수능이 단지 시험에 그칠 수가 없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그러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불평등에 관해 생각할 기회이며, 다수의 의견과 이익이 최고의 선이 아니라는 깨우침을 준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단순한 시험의 연기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다수 또는 기득권의 편의와 힘에 좌지우지되는 사회에서 살고 있던 우리에게는 일상적이지 않은 멈춤이지만, 안전을 위해,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불공정한 상황을 바꾸기 위해 가던 길을 잠시 멈출 수도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잠시의 멈춤이 보다 건강한 미래를 위한 큰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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