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하늘 아래서 다시 펼쳐 든 책
얼마 전에 장애와 인권운동 관련 서적과 자료들을 모두 버리려고 정리하다가, 또 한 번 주춤하게 되었다. 혁명가이지만, 나에게는 인간적인 모습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체 게바라의 책들 때문이었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다시 한번 읽어보고 버리기로 마음먹은 후, 먼저 <체 게바라의 모터사이클>을 읽었다. 지금은 <체 게바라 자서전>을 읽고 있는 중이다. 기억과는 달리 전혀 새로운 내용의 글들이 나를 사로잡는다.
내가 세상을 보았던 모니터는 성경과 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각자 다른 모니터 창을 통해 세상을 본다. 한 장의 사진을 본다고 하더라도 모니터의 크기가 다른 화면으로 본다면 서로가 그 간극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듯이, 어떤 모니터를 통해 보느냐에 따라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어야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모니터로만 보아도 시간에 따라 내 기분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버리기 전에 다시 읽어보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잘한 일인 것 같다. 성경을 되풀이해서 읽듯이 내 삶에 내 사고에 영향을 주었던 많은 책들의 기억을 붙들고 다시 펴서 읽는 것도 괜찮은 즐거움이다. 하지만 버리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올 한 해 동안 가지고 있는 것들의 1/3을 버리기로 연초에 마음먹었었는데, 실천은 1/30도 못 했으니 어찌 버려야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 그냥 11월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왕좌왕할 뿐이다. 공허함... 쓸쓸함... 그리고 차가움과 싸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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