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서른아홉 번째 생일

truehjh 2013. 5. 11. 17:48

1994.03. 13


기독여민에서 마련한 여성들의 예배에 참석했었다.

희년에 드리는 실험예배로 몇 마당 축제가 벌어졌다.

찬양과 연극과 성찬식도 있었는데 주먹밥이 그리스도 몸,

항아리 속의 물이 피를 대신한 상징이었다.

원색적인 제단과 촛불과 여목사의 예복이

토속적인 색감과 더불어 굿 한마당을 떠오르게 하는 분위기였다.

神께 드리는 제사여서인가?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가 나를 여성이라는 테두리에서 쫒아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수천 년 사용하는 용어로 하여 여성의 열등의식이 드러나고

또한 여성이라는 피해의식이 가득한 모임이라는 느낌 때문에 동류감을 갖지 못했다.

나라는 존재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아야 했던 피해의식은 거의 없다. 

오히려 장애자라는 열등의식과 피해의식일 것이다.

가정환경이 특이해서 일지는 몰라도... 아버지는 여성을 인격적으로 대접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역할분담을 강요하시는 쪽이셨던 것 같다.

그 의식을 마치고 성목사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말이지 난 할 말이 남아있지 않았다.

사람들에게 할 말이 없다.

누군가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하여 무슨 희망이나 또한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 같다.

40년이란 삶의 과정 중에 이렇게 할 말, 하고 싶은 말, 하여야 되는 말을 잃어버린 시기가 또 있던가.

어떠한 단어에도 의미가 없다. 힘이 없고, 희망이 없다.

요즈음은 어떤 에너지로 살아가고 있는지 모르겠다.

며칠 전 미국에서의 한 통화 전화 때문에 내가 겪은 망상의 5~6시간을 생각해 보면

나는 절망을 느낀다.

한치 앞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하는 내 의식의 무지함과 더불어 욕망의 도가니는

나를 절망케 하는 나의 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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