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마흔한 번째 생일

truehjh 2013. 5. 21. 20:40

 

1996.03.15

 

인생에 대하여 성숙하지 못한 생각들로 인해

때로는 고통당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을 수없이 반복해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똑같이 한계가 그어지며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질도 피해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정이 보장되고,

보장된 안정 속에서 숨죽이고 열정을 식히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그는 연산홍 한 구루를 나에게 주었다.

꽃이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 이상의 것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일이다. 그 남자는 더 이상 나에게 우정을 보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배신감을 느끼게 될텐데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관심도 표현하지 않을 것이니까.

이것이 바로 나의 냉담성이다.

커다란 장점이자 무지막지한 단점인 나의 냉담성!

생일이라고 전화해 주고 또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다.

인생이 쓸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작은 포만감이기도 하다.

올해도 노란 꽃다발을 받았다.

붓꽃의 노란색과 보라의 짙은 녹색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꽃다발이다.

작년에도 노란 장미에 노란 붓꽃이 어우러진 꽃다발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분에 넘치는 꽃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생일케익을 들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나를 몇 시간 동안이나 기다리고 서있던 남자아이들...

잊을 수 없는 행복감이다.

 

     두겹으로 감싸며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꽃망울들...

서로를 보듬고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람도 이토록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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