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03.15
인생에 대하여 성숙하지 못한 생각들로 인해
때로는 고통당하고 때로는 고통을 주며 살아가고 있다.
생각을 수없이 반복해도 그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똑같이 한계가 그어지며 그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는 질도 피해간다.
그렇게 함으로써 안정이 보장되고,
보장된 안정 속에서 숨죽이고 열정을 식히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계속 그렇게 살아 갈 것이다.
그는 연산홍 한 구루를 나에게 주었다.
꽃이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 이상의 것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일이다. 그 남자는 더 이상 나에게 우정을 보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배신감을 느끼게 될텐데 왜냐하면 나는 아무런 관심도 표현하지 않을 것이니까.
이것이 바로 나의 냉담성이다.
커다란 장점이자 무지막지한 단점인 나의 냉담성!
생일이라고 전화해 주고 또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너무나 고맙다.
인생이 쓸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작은 포만감이기도 하다.
올해도 노란 꽃다발을 받았다.
붓꽃의 노란색과 보라의 짙은 녹색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꽃다발이다.
작년에도 노란 장미에 노란 붓꽃이 어우러진 꽃다발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분에 넘치는 꽃 선물을 많이도 받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감사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이 아주 많았던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서, 생일케익을 들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 나를 몇 시간 동안이나 기다리고 서있던 남자아이들...
잊을 수 없는 행복감이다.
두겹으로 감싸며 우아하게 피어오르는 꽃망울들...
서로를 보듬고 살아갈 수 있다면 사람도 이토록 아름다울까
'Biography > 생일일기(1970~ )' 카테고리의 다른 글
_ 마흔세 번째 생일 (0) | 2013.05.26 |
---|---|
_ 마흔두 번째 생일 (0) | 2013.05.21 |
_ 마흔 번째 생일 (0) | 2013.05.21 |
_ 서른아홉 번째 생일 (0) | 2013.05.11 |
_ 서른여덟 번째 생일 (0) | 2013.0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