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2-01) 그의 마지막 숨

truehjh 2014. 1. 30. 11:48

 

1998.10.14-15. 남편의 마지막 숨

 

아침에 수녀 간호사가 천국 가시고 싶으면 손을 꼭 잡아보라고 하니까 남편이 그녀의 손을 꼭 잡는 것을 보고는, 몸은 저렇게 야위어 있어도 정신이 또렷한 상태로 있는 것 같아 안심했었다. 그리고는 물수건으로 얼굴도 닦아 드리고, 약솜으로 이도 닦아 드렸다. 손도 닦아 드려야 하고, 찬송도 불러 드려야 하고, 성경도 읽어 드려야 하고... 할일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다.

 

한가해진 오후에 그를 살펴보니 눈이 한 곳에 고정되어 응시하는 것 같다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여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예수이름으로 사탄아 물러가라...’고 큰소리로 기도했다. 내 남편의 영혼에 사탄이 틈타지 못하도록 열심히 기도했다. 저녁까지 찬송도 열심히 불렀다.

 

퇴근 후 집에 온 작은 아들에게 목사인 사위한테 전화를 하라고 일렀다. 막내딸도 같이 오는 것이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큰딸에게 연락을 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괜히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서였다. 큰딸만 빼고 아이들이 다 왔는데 아이들 아버지는 별다른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몇 시간쯤 있다가 자녀들이 돌아가겠다고 인사하러 방에 들어왔다가 아버지의 숨결이 거칠어지고 있다는 것을 사위가 발견했다.

 

아이들은 돌아가는 것을 포기하고 모두 모여 예배를 드리고 찬송을 불렀다. 목사사위를 부른 것이 아주 잘한 일 같았다. 조금은 안심이 되어 찬송을 계속 부르는 동안 거친 숨을 몰아쉬는 것 같았는데 찬송이 끝나고 잠시 후에 마지막 호흡을 하신 것이다. 찬송 가운데 하나님 나라로 가시는 자랑스러운 마지막 장면이었다. 평생 하나님의 종으로서 좁고 험난한 길을 살다 가는 그에게 주가 주신 축복이리라... 그렇다. 남편이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남편의 얼굴이 너무 평화스러워 잠자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40여 일 동안 그를 간호하며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그 순간이 믿어지지 않았다. 큰아들이 아버지의 얼굴을 흰 천으로 덮어드리겠다고 하는데 반대했다. 다시 살아 숨 쉴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아니다... 내 남편은 하나님 곁으로 갔다. 부인인 나보다 더욱 사랑한 그의 고난의 예수님 곁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

 

삼성의료원의 응급차가 와서 남편의 시신을 옮겼다. 이 방은 텅 비어 썰렁하다.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생각해 보면 너무도 불쌍한 사람인데... 태어나면서부터 고생만 하던 사람인데... 좀 더 다정하게 대해 주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자랑스러운 내 남편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못한 많은 순간들이 후회스러웠다. 그러나 나를 너무도 구속하던 남편이어서 병든 모습으로 나를 실망시켰을 때 지고 싶지 않았다. 나도 큰소리 좀 내며 살려고 했는데 지금 내 옆에 없다. 50년 가까이 함께 있던 사람이 이제는 영원히 내 곁에 없는 것이다. 내가 과부가 되었구나...

'Fact&Fiction > 아버지를위한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3) 그가 없는 날들  (0) 2014.02.10
2-02) 그를 보내면서...  (0) 2014.02.07
[2부 : 남겨진 반쪽]  (0) 2014.01.21
1-14) 영혼... 그리고 사라진 아버지의 나비  (0) 2011.10.01
1-13) 남은 반쪽  (0) 201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