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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truehjh 2015. 9. 12. 13:54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시나 소설이 아니라 논리적 글쓰기를 잘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에세이, 자기소개서,기업 입사 시험의 인문학 논술, 대학생 리포트,신문 기사, 평론, 사회 비평과 학술 논문, 제품 사용설면서, 보도자료, 문화제 안내문, 성명서, 선언문, 보고서, 논술 시험, 운동경기 관전평, 신제품 사용 후기, 맛집 순례기 같은 글을 잘 쓰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유용할 것이다.          -뒷표제지에서-

 

p19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이 세 가지 규칙을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p50

그런데 글에는 재능이 매우 중요한 장르와 덜 중요한 장르가 있다. 나는 글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눈다. 문학적인(또는 예술적인) 글과 논리적인(또는 공학적인) 글이다. 시, 소설, 희곡은 문학 글이다. 에세이, 평론, 보고서, 칼럼, 판결문, 안내문, 사용설명서, 보도자료, 논문은 논리 글이다. 인물 전기와 르포르타주는 둘 사이에 있다. 칼로 자르듯 할 수는 없지만 대략 그렇게 나눌 수는 있다고 본다.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훨씬 덜하다. 조금 부풀리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문학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p74

나는 두 가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쉽게 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동의할 근거가 있는 글이어야 한다. 이렇게 글을 쓰려면 다음 네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뚜렷한 주제의식)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중요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 (의미 있는 정보)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명료한 논리)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적절한 어휘와 문장)

 

p91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읽는 사람이 누구일지 미리 살펴야 한다. 글을 쓰고 나면 독자의 반응을 점검하고 타인의 평가와 비판을 들어야 한다. 다음에는 그런 것을 더 깊이 고려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

 

p92

글은 쓴 사람의 인격을 반영하지만 인격 그 자체는 아니다.

 

p115

내 것이 옳은 번역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더 실감 나는 번역인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내가 ‘말이 글보다 먼저’라는 이오덕 선생의 이론을 충실하게 따랐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도, 말하듯 쓰는 것이 좋다.

 

p124

어린이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을 충분하다. 독서를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자심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독서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재미를 붙이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나름의 독서 이력을 만들어 간다. 만화, 판타지소설, 무협소설, 추리소설, 역사소설, 잡지, 그 무엇이든 괜찮다.

 

p170

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로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려다면 잘못 쓴 글이다. 못나고 흉한 글이다. 이런 글을 읽기 쉽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

 

p257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다. 물론 글쓰기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 하는 일이 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로 인생을 채운다. 내면에 있는 생각, 감정, 욕망을 제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면 삶이 답답해진다. 각자의 내면에 무엇이 있으며 또 어떻게 그것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 명품백과 화려한 보석이든 양장본 고전으로 가득한 서가든, 어떤 욕망과 특정한 표현형식이 다른 것보다 더 고결하고나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p260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경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 글은 ‘손으로 생각하는 것’도 아니요,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논리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