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로에 갑니다. 공연과 전시의 기회를 맛볼 수 있는 예술의 거리, 젊음의 낭만을 향유할 수 있는 활기찬 거리, 곳곳에 갖가지의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매력적인 거리 대학로입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파랑새극장과 낙산가든과 학전다방이 정겨운 거리, 혜화동성당, 동숭교회, 방송통신대학, 서울대학병원, 연동교회 등을 연결하는 거리, 내 유년시절, 청년시절, 중년시절까지 이어져 많은 추억이 깃든 거리 대학로입니다.
또한 그곳에는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이 모여 합창을 연습하는 이음센터가 있습니다. 연습실 안은 먼 거리를 마다 않고 참여한 단원들의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옆에 앉은 사람의 노래 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조정합니다. 멀리에 있는 다른 파트의 소리에도 귀 기울이며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만을 살리는 독창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와 어우러지는 화음을 만들려고 열심히 연습합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 각기 다른 생각, 각기 다른 꿈을 가지고 있지만 이웃과 함께 소리를 맞추며 노래하는 모습은 각기 다른 삶의 이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로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난 합창을 좋아합니다. 여러 사람의 소리가 어우러져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는 합창이 참 좋습니다.
나의 합창 연습은 해방교회 유년주일학교 어린이 성가대 때로부터 시작됩니다. 주로 4~6학년이 참여하는 어린이 성가대였는데 초등 2학년이었던 내가 그 당시 반주자였던 어린 이모의 빽(?)으로 성가대원이 되었습니다. 이모의 팔에 매달려 다녔던 그 이후 내사랑(?) 도봉제일교회에서 중고등부, 청년부, 장년부 성가대를 거처 연동교회와 주사랑교회의 성가대까지 참 오랜 세월 합창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다리와 허리의 힘이 더욱 약해져서 오래 서서 노래하는 일이 힘겨워졌습니다. 특히 오랜 시간 연주해야 하는 칸타타나 오랜 시간 성가대가 서있어야 하는 예배형식이 부담스러워서 이런저런 핑계로 성가대에서 나온 지 어느덧 10여년이 지났습니다.
목소리도 노화하여 힘을 잃었고, 음표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건성건성 찬송가 몇 구절 따라 부르며 지낼 뿐이었습니다. 그렇게 합창과 소원해지고 있었는데 작년에 휠체어합창단에 입단하여 합창연습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순수하게 따지면 합창만이 입단의 동기가 된 것은 아닙니다. 맘이 맞는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하고픈 로망이 있었고, 해외연주여행을 통해 그 로망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공연을 위해서는 합창연습이 필수불가결의 사항입니다. 그래서 휠체어합창단 단원들과 함께 다시 합창연습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젠 합창의 묘미에, 합창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은 두 번째 정기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5월 20일 토요일 18:00 국립극장 KB하늘극장에서 열리는 정기연주회입니다. 연주곡을 열심히 연습하기 위해 나는 내일도 대학로의 이음센터로 갈 것입니다. 대한민국휠체어합창단을 이끌고 계시는 정상일 지휘자님, 김경자 부지휘자님, 문미영 반주자님, 그리고 여러 스텝과 임원들을 비롯한 합창단원 여러분... 내일도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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