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장애해방

[장애해방] 우리는 정말 그렇게 힘든 과거를 살았는가

truehjh 2016. 10. 14. 12:22

 

 

오랜 세월 장애를 가지고 살아온 초로의 신사숙녀들(?)이 광화문에 있는 한 카페에 모여앉았다. 지나온 과거를 회상하며 사라져가는 폴리오들의 역사와 흔적을 남겨보자는 의미로 만난 어제 저녁에 나들이 모임이다. 언제까지 이 만남이 유지될 수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만날 수 있을까, 몇번이나 더 만나서 서로의 아픔과 허무를 말할 수 있을까, 장애인으로 살아온 우리의 지난 삶이 특화된 집단으로의 역사적 의미로 남을만한 무게가 있는 것일까 등 등의 여러가지 의문을 남기면서, 어떤 친구의 표현대로 <광화문의 情思>는 포문을 열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든 나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친구가 필요한 나이라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이야기 하고 그 이야기를 공감하며 들어주는 관계가 자연스러운 공간을 마련하고 싶은가 보다. 각자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인생이 외롭다는 결론이 아닐까... 지나간 과거를 물화시키자고 말하는 의식 저변에는 물화되어 가는 과거가 허무해서 내뱉은 역설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어 안타까웠다.

 

우리는 정말 그렇게 힘든 과거를 살았는가?

지나간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재평가하느냐의 문제는 각자의 삶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매김하려는 의도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그저 공통의 관심사를 이끌어내고 그것에 함께 공감하려고 애써보는 견지에서 지나간 과거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섯 명의 생각들이 하나의 기반에서 다양한 색을 내며 빛날 수 있으려면 서로를 향한 신뢰와 수용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것을 다지기까지도 시간은 꽤 많이 흘러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장애라는 공통의 과제를 안고 동시대를 살아온 사람들로서의 공감대는 있지만 서로 부딪기는 훈련이 아직 없어서 우리가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