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도서 -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truehjh 2020. 10. 29. 19:07

달 너머로 달리는 말 / 김훈

 

- 문명과 야만의 뒤엉킴에 저항하는 생명의 힘! -

 

()에 홀려서 땅에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을 떠돌며 바람에 밀려다니는 마음들을 목왕은 크게 걱정했다. 초의 선왕들은 기록된 서물(書物)로 세상을 배우지 못하도록 엄히 단속했다.

칼이나 활을 쓰는 법, 낙타를 모는 방법을 문자로 기록해 놓으면, 어리석은 자들이 곳간에 고기가 쟁여 있는 줄 알고 더 이상 익히려 하지 않아서, 몸은 나른해지고 마음은 헛것에 들떠, 건더기가 빠져나간 세상은 휑하니 비게 되고 그 위에 말의 껍데기가 쌓여 가랑잎처럼 불려가니, 인간의 총기는 시들고 세상은 다리 힘이 빠져서 주저앉는 것이라고 목왕은 말했다. <시원기>에 이와 비슷한 언설이 거듭되고 있으므로, 가르침이 후세의 왕들에게 이어져왔음을 알 수 있다. 목왕은 세상과 문자가 뒤섞이는 사태를 두려워했다. 목왕 시절에 초나라 사람들은 문자를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으므로, 목왕의 걱정은 후세에 타락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p19

 

초나라 왕들은 나하 강 건너 나라들의 논밭을 더럽게 여겼다. 사람들이 거름 주어 일군 경작지의 냄새는 구렸다. 땅에 들러붙어서 처자식을 거느리고, 집 둘레 땅을 헤집고 고랑을 만들어 거기에 푸른 것을 심어놓고 익기를 기다려서 거두어 먹는 강남의 꼬라지를 초나라의 선왕들은 비루하게 여겼다. 농사짓는 강남에는 마을마다 소 울음소리가 들렸다. 초나라 선왕들은 소 울음소리가 나른하고 밋밋해서 사람의 영혼을 땅에 주저앉혀 병들게 한다고 백성들에게 가르쳤다. 선왕들은 소 울음을 흉내 내는 아이들의 놀이를 금지했다. 선왕들은 말 울음소리를 으뜸으로 여겼고, 수탉 우는 소리를 둘째로 여겼다. 선왕들은 땅에 주저앉아서 말을 주절거리는 자들의 게으름을 경계했다. 강암의 땅에 세워진 모든 것은 그 주저앉은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산왕들은 말했다.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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