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자기 앞의 생

truehjh 2021. 4. 18. 16:06

 

에도아르도 폰티가 감독한 영화 <자기 앞의 생>은 에밀 아자르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주인공 모모라는 소년의 성장이야기다. 소피아 로렌이 마담 로사 역으로, 이브라히마 게예가 모모 역으로 열연했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갔다가 살아 돌아온 유태인, 버림받은 창녀의 자식들, 인종적으로 차별받는 아랍인, 아프리카인 등 이 세상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밑바닥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사람들의 슬픔과 고독과 사랑을 어린 소년 모모의 시선으로 그려냈다. 세상의 중심으로부터 이탈하여 소진되어가는 삶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이지만 이 소외된 사람들은 모두 모모라는 소년을 일깨우는 스승들이다. 이들을 통해 모모는 삶을 당당하게 마주하며 그 안의 상처까지 보듬을 수 있는 법을 배워나간다.

 

후반부의 장면이 인상 깊었다. 로자 아줌마가 더 이상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고 판단한 모모는 의사에게 안락사를 부탁하지만 거절당한다. 모모는, 아줌마가 보호자가 되어 자신을 키워주었듯 로자의 마지막에는 자신이 함께 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려한다. 그래서 죽어가는 로자를 지하실로 옮기고 부패해가는 몸에 향수를 뿌려주며 함께 생활한다. 공감되기도 하고 마음을 아프게도 하는 장면이다. 질병과 가난, 그리고 고독 속에 놓인 로자의 말년이 남의 일 같지 않아 마음이 착잡하다.

 

내가 에밀 아자르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것은 1977년에 초판으로 나온 <가면의 생>이었다. 77년 3월에 생일선물로 받았던 그 책은 난해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책 중의 하나로 나의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이번에 <자기 앞의 생>을 보면서 왜 그렇게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알 것 같다. 인생을 잘 모르는 나이에 읽었다는 것이 내가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던 유일한 이유일 것이라고 변명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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