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밤에 우리의 영혼은

truehjh 2021. 4. 25. 14:48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남을 신경 쓰며 살아야 했던 시간을 지나와서,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돌보며 살기로 하는 70대 두 주인공의 우정과 애정을 다룬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은 나이듦에 대한 아름다운 서사다. 로버트 레드포드와 제인 폰다 주연으로, 먼 나라의 선남선녀 이야기 같은 스토리가 현실과는 거리감이 느껴지고, 거기다가 생소한 시작점은 우리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나이 든 두 배우가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설렐 정도였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있는 늙은 노인의 뒷모습이 서서히 드러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질식할 것 같은 고독의 순간이다. 곧이어, 또 다른 외로운 노인이 찾아와 같이 잠을 자 줄 수 있느냐고 머뭇거리며 제안하고 돌아간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하고, 커다란 집에서 홀로 살고 있던 두 노인은 가까운 이웃이다. 그 이후 잠옷을 들고 밤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들곤 하면서, 서로를 알아간다.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이웃들은 수군대고, 자녀들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함께 의지하며 서로 다른 삶을 받아들이며 포용한다.

 

처절한 쓸쓸함이 느껴지는 첫 장면이 나의 식탁을 연상시킬 정도로 공감이 된다. 나의 영화가 있다면 ‘밤에 우리 영혼은’이 아니고 ‘식탁 위의 우리 영혼은’일 것이다.나는 같이 자줄 수 있느냐고 묻는 이웃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같이 밥을 먹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이웃이 필요하다. 그러나 내가 이웃에게 가서 같이 밥 먹어 줄 수 있느냐고 제안할 만큼의 용기는 없다, 실제로 같이 밥을 먹어 줄 수 있느냐고 물어오는 이웃이 있다면 나는 어떤 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이웃이 될 자신이 없어서 결국은 영화 속의 주인공처럼 같이 잠을 자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이웃을 만들지 못하는 거다. 

 

밤의 어둠 속에서 함께 있는 누군가의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는 소박한 노년의 시간. 인생이란 게 참 쓸쓸하고 외로운 길이지만, 어디엔가 나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또 어디엔가는 내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의미를 둘 수 있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