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에는 오빠집에 가지 못했다. 위장장애 때문에 꼼짝할 수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엄마의 추도예배도 참석하지 못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 추도예배에 참석하지 못해 마음이 불편했고 설음식 먹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도 갈 수 없어서 미안했는데, 어제 오빠네가 조카부부와 손자를 데리고 우리집을 방문해 주셨다.
대접할 음식이 없어 중국집 음식을 시켰다. 물론 나는 한 입도 먹지 못했지만, 조카손주의 열정적인 재롱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니 앤돌핀이 솟아 기분이 좋아졌다. 두 돌이 지난 조카손주는 왕성한 에너지로 집안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호기심을 불태우고, 다칠세라 그 뒤를 쫓아다니는 젊은 아빠의 불안감은 시간이 갈수록 커간다.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장조카가 태어났을 때의 기억을 소환해 보았다. 그 때는 고모였는데, 지금은 고모할머니가 되어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 세대교체가 되고 있는데, 나는 내 앞에 남아있는 시간을 어떻게 대면해야 하는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어울려 웃고 울고 부딪히며 삶의 에너지를 얻는 것이 건강한 노년을 사는 삶의 지혜일진데...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