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태국(2023)

[한지붕식구들의 태국여행(2023)] 방콕으로

truehjh 2023. 8. 23. 19:21

여행 다녀온 지 5일째인데, 겨우 오늘 오전에야 캐리어 가방 정리를 마무리했다. 더운 나라에 가서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아니면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일상으로의 회복이 너무 더디다. 땀에 젖은 여행 빨래도 조금 전에 마치고 제습기를 틀어 놓고 말리고 있다. 세탁기도 돌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게으르다기보다는 여력이 없다는 말이 맞을 듯하다. 

 

차일피일 미루던 목욕재계도 마쳤다. 씻을 힘이 없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없는 말이라 하겠지만, 보조기를 벗고 움직여야 하는 모든 일은 시도하는 것부터 힘겹다. 다른 이에게 호소하는 것조차도 지루하고 무미한 일이라 혼자 새기고 지나갈 뿐이다. 그리고 오늘 그 어려운(?) 일을 일단 실행했다. 어차피 할 일이었지만 말이다.

 

오자마자 해야 할 일들을 늦게라도 마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다. 뭔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날 것 같기도 한데 무엇을 먹어야 할지 생각이 안 난다. 냉동실 음식을 찾아 먹고라도 정신을 차리고, 이제부터는 형제우애를 다졌던 태국여행을 복기하며 천천히 여행기를 시작해야겠다.

 

 

2023.08.14.(1) 방콕으로

 

오전 6시에 동생가족이 영태리에 도착했다. 아침이라 그렇게 덥지는 않았다. 가방과 짐들을 내 차 트렁크에 옮겨 싣고 출발하여 인천공항을 향해 떠났다. 모두 7시 반까지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청라에서 오는 오빠네는 7시 전에, 파주에서 떠난 우리는 7시에 도착했다.

 

천안에서 올라오는 막내네를 기다리다가 공항으로 밀려 들어오는 잼버리대원들을 보고 붐빌 것을 예측해 먼저 탑승 수속을 마쳤다.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도착한 막내네도 다행히 줄을 길게 서지 않고 짐을 부쳤다.

 

공항에서 아침을 간단히 먹자고 했는데, 식당을 찾아가기에는 시간이 적당치 않았다. 작은 올케는 샌드위치와 빵을 사서 제공했다. 막내가 들고 온 조각 복숭아로 빵의 목마름을 해결하며 훌륭한 조식을 마쳤다. 물티슈까지 준비한 제부는 컬러풀한 안내지를 나누어 주며 HANGANE TOUR를 소개했다.

 

이번에 이용할 비행기는 타이항공이다

 

탑승하여 들어갔더니 복도가 좁아 걷기가 불편했다. 앞 좌석과의 간격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벌집방석과 등받이로 사용할 수 있는 두꺼운 스카프와 깔개를 배낭에 넣어왔는데, 방석을 깔고 앉으니 다리 높이가 맞지 않아서 사용하지 못하겠고, 등받이는 좌석에 비치되어 있어서 꺼낼 필요가 없었다. 괜히 무거운 배낭을 메고 다녔다는 생각을 했다. 돌아올 때는 짐으로 부쳐야겠다. 

 

비행기가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토리는 내 핸드폰의 유심을 미리 구입해 놓은 태국유심으로 바꿔 끼워준다. 아마도 제일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보다.

 

5시간 정도 걸려 태국에 도착했다. 길고 긴 통로를 통과해 나오는 길에 잠깐의 해프닝이 있었다. 동생이 여권을 비행기에 놓고 내렸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금방 찾을 수 있어서 모두가 안심하고 나왔다.

 

태국 스완나품 공항은 예측대로 엄청나게 붐볐고, 특유의 냄새 때문에 머리가 조금 아팠다. 입국절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은 끝도 없이 꼬불꼬불 길어서, 걸어가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내하는 사람에게 가서 장애인 트랙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무표정한 태도로 기다리란다. 다행히 연륜 있어 보이는 친절한 관리자의 눈에 띄어 짧은 거리로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

 

혼자서 들어가다가 짐 찾는 곳 번호가 기억나지 않아서 당황했다. 안내소에 가서 비행기 시간 안내판이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고 나서야 번호를 찾았다. 그곳에 가서 혼자 앉아서 기다렸다. 내가 휠체어서비스 이용을 꺼리는 이유가 바로 혼자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덜 걸었다는 것으로 위안 삼으며, 눈에 띄는 가방 3개를 찾아놓았다. 내 캐리어는 내가 알고, 도토리 캐리어는 노란색이라 눈에 띄고, 오빠 캐리어는 짐 부칠 때 오래되어 낡았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기억이 났다. 나머지 가방들은 기억나지 않았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가족들이 다 나왔다. 짐을 다 챙겨서 출구 쪽으로 나오니 선교사님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분들의 환영 인사는 꽃 목걸이와 꽃 팔찌였다.

 

꽃 목걸이와 꽃 팔찌를 두르고, 관광버스가 온다는 쪽으로 가서 버스를 기다렸다. 태국 8월 기온은 평균 최저기온 25도C, 평균 최고기온은 33도C라고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온도인 것 같은데 왠지 더 습기차다고 느껴졌다. 

 

후덥지근한 동남아 날씨 속에서 땀을 흘리며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들의 안내자는 망고스틴을 일일이 까서 나누어 주셨다. 과일 철은 아니라지만 역시 맛있는 과일 망고스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