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과 두근거림
사실 앞에서 말했던 노안이나 흰 머리카락에 관한 이야기들은 딱히 갱년기증상 중에 하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갱년기와는 별개로 노화되어 가는 과정 중에 나타나는 현상이니 말이다. 따라서 한숨은 나에게 나타난 가장 첫 번째 갱년기증후군 중에 하나라고 명명할 수 있다. 아니, 한숨이란 근심이나 설움 따위로 말미암아 가슴에 맺힌 기운을 뿜어내는 숨이라고 하니, 한숨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큰 숨 즉 크게 쉬는 숨이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기도 하다.
40대 중반에 뜻한 바(?)가 있어 사회복지대학원의 장애인복지학과에 적을 두고 공부를 한 적이 있다. 졸업논문을 쓰는 도중에 나타난 증상이 바로 한숨이다. 하루에 몇 번씩 아무 이유도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두근거리면 크게 한숨을 몰아 내 쉬어야만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때는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원인이겠거니 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갱년기를 시작하는 초기 증상이 발현되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율신경실조증 중에 하나라고나 할까?
남편이나 자식이 속을 썩여 한숨을 길게 늘어뜨리는 여자들을 많이 보아서였겠지만 예전의 어른들은 한숨을 쉬는 여자들에 대하여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잘 못 한숨을 내쉬면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될까 봐서 한숨 쉬는 것조차 절제하고 살았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니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뭔 걱정거리가 있어서 한숨이냐고 일축하는 말이 듣기 싫어서 한숨 한 번 제대로 못 쉬고 산 것 같아 이제 와서 약이 오른다. 그것도 내 몸의 변화가 표현되는 자연스러운 현상 중에 하나인데 말이다.
이젠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혼자 용기백배하여 숨쉬기 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큰 숨을 들이쉬고는 푸~후~하고 내쉬곤 한다. 난, 뻔뻔해진(?) 것이다. 아니 긍정적인 표현을 사용하자면 당당해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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