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은 주름살과 거칠어진 피부
얼굴 피부에 잡티가 돋고 잔주름이 퍼지면서 피부가 거칠어져 그냥 다니기가 민망할 정도다. 자외선 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갱년기 때문이라고 우길 수도 없다. 피부의 노화현상을 누가 막을 수 있을까. 부지런하게 얼굴을 가꾸지 못한 결과라는 생각도 든다.
2,3년 전부터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하였다. 조금이라도 가리지 않으면 왠지 부끄러워 살짝 색칠을 하는 것이다. 요즘 나오는 선크림을 잘 살펴보면 파운데이션 효과를 낼만한 것들이 많다. 난 원래 우윳빛의 뽀얀 피부는 아니었다. 까무잡잡(?)도 아니고, 누리끼리(?)하다고나 할까. 하여간에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피부색을 가졌다. 하지만 지방기가 많아서 콧기름(?)이 흐르는 피부였기 때문에 피부가 거칠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것이 50년 넘게 화장을 하지 않고 살아올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도 했다.
따라서 나의 약국을 찾는 고객들에게서 ‘무슨 좋은 약을 혼자만 먹길래 그 나이에 화장도 안 하고 버팅길 수 있느냐’는 소리를 들어가며 맘껏 게으름을 부렸다. 하긴 실내에서만 있었는데 뭐,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뭐, 보아줄 사람도 없다고 우겨가며 매끄러운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지 못하고 살았다.
그래서 요즈음엔 피부 이야기가 나오면 귀를 기울여 듣곤 한다. 미지근한 물로 세수하고 마지막엔 찬물로 헹구어라, 클렌징을 열심히 하라, 세안 후 손바닥으로 얼굴을 두드려라, 물을 많이 마셔라, 과일을 먹어라,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라, 하루에 잣 10개씩 날것으로 1개월 이상 먹어라, 적당한 운동을 하라 등 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충분하게 잠을 자라’에서 걸린다. 갱년기에 나타나는 불면증 증상으로 충분하게 잠을 잘 수가 없단 말이다. 으휴!
외모에 대한 판단기준이 높아진 지금, 그 기준에 맞추어 자신을 가꿀 줄 알아야겠지만 이것들 중에서 한두 가지를 꾸준하게 실천하기도 벅차다. 무엇이든지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Biography > 장년시대(2008~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e갱년기수첩(8) - 발작적으로 흐르는 땀 (0) | 2008.11.24 |
---|---|
e갱년기수첩(7) - 완경 (0) | 2008.11.18 |
e갱년기수첩(5) - 몸과 마음의 우울증 (0) | 2008.11.18 |
e갱년기수첩(4) - 한숨과 두근거림 (0) | 2008.09.30 |
e갱년기수첩(3) - 흰 머리카락 : 늙는다는 것을 가슴으로 받아들일 준비 (0) | 2008.09.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