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우울증
우울하다는 말이 몸의 상태에도 사용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몸도 마음도 우울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 뚜렷하게 어디가 아픈지는 모르겠는데 몸이 찌뿌듯하고, 크고 작은 관절마다 삐거덕거린다.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다가도 망설여진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내 힘에 버겁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서인지 몸의 변화에 대하여 그냥 참으려고만 하는 습관이 있다. 어디가 불편하면 장애 때문에 생긴 증상이거니 지레 진단하고는 포기하거나 참으니 말이다. 아니 그렇게 장애 때문이라고 속단할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대하여 그렇게 참고 살아간다. 가족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젠 정말 참기가 힘들다. 아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러니 마음도 우울할 수밖에.
얼마 전에 친구의 집에 가는 길이었다. 전철에서 내려 택시를 기다리느라고 잠시 서있었다. 역에서부터 걸어서 가기는 거리가 조금 멀어서 택시를 탔다. 나를 태운 운전기사가 하는 말... 땅으로 꺼져 들어가는 듯한 느낌으로 서 있더라나 뭐라나... 너무 슬퍼 보였단다. 운전 경력 28년에 는 것은 눈치라서 손님들 상태가 그냥 보인단다. 무슨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이말 저말 묻고는 어쭙잖은 위로를 한다. 해당되지도 않는 위로임에도 불구하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명랑한 아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몸이 불편한데도 불구하고 명랑해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제 슬퍼 보인다거나 우울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장애로 인해서가 아니고 늙음에 의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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