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Basecamp/Review

영화 - 시리어스 맨

truehjh 2010. 4. 7. 22:49

시리어스 맨 (A Serious Man)

 


코엔 형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블랙 코미디...

영화는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차이에 따라 세상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우화로 시작한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에 연민으로 다가서라(Receive with simplicity everything that happens to you)’는 프로로그 아래 부분의 활자가 이미 다음에 전개되는 화면의 내용을 사로잡았다고나 할까...

 

 


주인공 래리(마이클 스털바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로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는 없어 보이는 중산층 가정의 가장이다. 그러나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복잡한 문제들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다.

 

아내는 오랫동안 이웃으로 살아왔던 '싸이'와의 관계 때문에 이혼을 요구하고,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딸은 아버지의 돈을 몰래 가져가고, 마니화나에 빠진 아들과는 의사소통이 불능이며, 사회화가 부족한 동생은 도박 혐의로 경찰들이 주목하고 있고,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한국 학생은 낙제만은 면하게 해달라며 슬쩍 돈봉투를 남기고 가버리고, 큰 문제없이 해결될 것만 같았던 종신재직권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 만한 악의적 편지들이 도착한다. 정작 래리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모든 것이 래리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듯이 심각해진다. 이러한 주변 상황들은 그의 진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사건들을 일으키면서 그를 무력하게 만든다.


좌충우돌하는 삶에 휘둘리고 있는 심각한 주인공은

종교적인 도움을 얻기 위해 랍비를 찾아 나서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얻을 수는 없었다.

삶의 심각한 문제들을 직면했을 때 '그럴 땐 주차장을 보라'고 일러주는 첫번째 젊은 랍비의 말은

삶의 모든 불확실성에 대해서 관조하라는 지적인지도 모르겠다.

두번째의 랍비는 모든 상황에 의미는 없고 그냥 받아 들이라는 조언을 한다.

세번째의 랍비는 아예 대답을 주지 않으므로써 답이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결국 이런 상황의 해결은 진지하게 노력하는 순간이 아니고 상황을 받아 들이고 인정하는 순간에 풀리기 시작한다. 영화가 끝날 무렵...

아내의 이혼 요구로 인해 동생과 모텔에 나와 살았지만 싸이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다시 집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며, 아들의 성인식 날에 아내와 화해하게 되었고, 동생의 일도 악몽을 꾼 것처럼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았고, 걱정하던 종신재직권 문제도 순조롭게 풀린 듯 하다. 즉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시달리던 소소한 문제가 풀린 아들의 눈앞에는 무시무시한 토네이도가 다가오고,

영화 초반에서 보여준 래리의 건강검진에 대해 불안한 결과를 알리는 전화가 걸려 오는 등

예측불허의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면서 그것들에 대한 시선을 향하여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더 커다란 불안요소가 앞으로의 삶에 존재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일 수도 있고...

아니면 토네이도가 비껴가고, 건강검진 결과는 가벼운 조치만 필요로 하는 상황일 수도 있고...


삶의 모든 불확실성에 대하여 따듯한 연민의 시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