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1-10) 입관예배

truehjh 2011. 9. 19. 23:17

1998.10.16. 입관예배


오후에 입관을 했다.

완전히 눈 감아버린 아버지의 얼굴... 아버지 얼굴의 싸늘한 촉감...

수없이 아버지 얼굴을 만져보았지만 이제는 마지막 이 촉감만이 내 손안에 남아있다.

이마, 뺨, 턱, 냉정한 피부, 평화로운 얼굴...

아니 그 모습을 아버지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수의를 입으신 아버지...

아버지께 드리는 마지막 작별의 인사 대신 수의 상의의 가슴 안에 성경책을 넣어드렸다.

홀로 가시는 길에 가장 좋은 단 하나의 친구인 작은 성경책.

평생을 같이 한 친구이며 그의 지표였던 성경책. 더 이상의 친구는 없다.

성경책과 함께 나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버린 얼굴...


입관예배 때 나는 너무 많이 울었다.

소리 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그 눈물은 마를 틈이 없이 계속 흘러내리고.

그리고 가시는 아버지.


예배 후에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와 연결되어 조문객이 되어 있었다. 그들 무리 중에 난 내가 기억하는 눈빛을 보았다. 20년 만이었다.

여전히 가을 소년 같은 눈빛을 가지고 그 친구가 왔다.

그는 오빠와 이야기를 한 후 나와 악수를 나누었다. 보고 싶었던 얼굴이었다.

조금 후에 다시 들어와 노란 종이쪽지를 전해주고 갔다. 그의 연락처였다.


특별히 내가 할 일은 없었지만 그냥 바빴다. 슬픈 생각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었다.

몇십년 만에 만나는 이들에게는 아버지의 장례식이 마치 잔치 집 같은 느낌이었으리라.

거대한 ‘화해의 무도장’ 같은...

나는 나를 아는 모든 사람에게 아버지를 신화화하는 데에 몰두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모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그날 밤 엄마와 나는 의정부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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