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1-12) 첫 성묘 후

truehjh 2011. 9. 26. 00:08

 

첫 성묘 후


다섯째 되는 날에 첫 성묘를 갔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 아름다운 계절에...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가.

이 흙 속에 아버지가 누워 계시다는 것인가.

아니면 하늘 나라에, 우리들 마음속에, 내 기억 속에...


산을 내려와 동생 집에 들렀다가 모두 오빠 집으로 갔다.

아버지 방의 벽들을 가득 채웠던 오래된 책들, 사진첩들, 신문 스크랩, 그리고 수많은 종이조각들...

그 모든 것들을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엄마를 모시기 위해 일을 시작했다.

그 다음 날 까지 정리했다. 거의 모두 버리기로 결정했다.

난 아버지의 일기와 메모들, 설교 초고들, 테이프, 편지 등을 담은 상자 10개 정도를 가지고 와서 정리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남은 슬픔을 묻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약국 문을 열었고 그때까지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나비를 보았다.

아버지는 가셨는데 왜 나비는 내 곁에 저렇게 영혼이 빠져버린 듯한 빛바랜 모습으로 남아있는 것일까. 건드리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실체였다. 나비와 대면하는 순간이 어색하여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곤 하면서 바쁜 하루를 보냈다. 마음속으로는 제발 어딘가 깊은 곳으로 들어가 동면을 취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말이다. 내 마음을 알았다는 듯이 그 다음 다음 날 아침... 나비는 자신이 앉아있던 자리에 두 점의 작은 흔적만 남기고 사라졌다.


행복조차 쓸쓸했던 그 가을에 아버지를 따라... 낙엽을 따라... 나비는 그 모습을 감추었다.

피곤에 지친 그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아직도 나는 그 나비의 실체를 의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