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미국&멕시코(1999-2001)

[네번째 미국(1999년)] Olympic National Park

truehjh 2012. 2. 1. 00:30

 

1999.12.29

 

어제 밤에는 늦도록 차를 움직였다.

Washington 주로 넘어가서 숙소를 찾아야만 여행일정을 맞출 수 있다고

우리의 기사님(?)의 손수 고생을 자처하시는 고집 때문이었다.

Astoria 다리를 건너 작은 어촌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다시 움직여야만 했다.

 

6:30분 기상이 나에겐 너무  무리였다.

노래진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표정을 하고 차에 올라탔다.

101번 도로를 타고 북쪽 국경지역까지 올라가는 길이다.

너무도 아름다운 경치여서 말로 설명할 수도, 글로 묘사할 수도 없다.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어느듯 울창한 전나무 숲으로 들어와 있다.

자작나무가 사열해 있는 길을 지나면 고요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러시아 소설을 읽고 있는 듯하다.

드디어 Olympic National Park 에 도착한 것이다.

Lake Cresent 를 지날 때는 너무나 평안함을 느꼈다.

아무도 줄 수 없는 자연의 힘...

약 50분 가까이 그 호숫가를 달렸다.

끝없는 바다같기도 했고, 잔잔하고 포근한 사람의 품 같기도 했다.

 

Rain forest 의 이끼나무는 동화속에 등장한 요술 숲 같고...

폐허같이 버려져있는 쓰러진 나무들이 물길에 휩쓸린 전보산대 같은 나무토막들 처럼 널려져 있지만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생동감을 주는 자연의 강물...

 

Port Angeles 를 지나 Olympic National Park 중심부로 올라갔다.

2M 앞도 잘 보이지 않는 길 위를 지나 구름 위의 눈 덮힌 산 Hurricane Ridge로 갔다.

올라가는 길은 험난한 길이었지만 운전하는 분의 노고로

드디어 우리는 구름 위의 눈 덮힌 산을 오르고 눈을 밟아 볼 수 있었다. 

 

 

 

 

 

 

 

신비한 산 위에서의 경험을 뒤로 하고 내려와 페리호를 타고 Seattle 로 건너갔다.

영화 Seattle 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본 야경들을 직접 보면서 Tacoma 를 지나 숙소로 갔다.

아마 6 Motel 이었을 거다.

 

 

1999.12.30

 

다시 Oregon 주로 들어 왔다.

5번 도로를 타고 내려오자 보니,

안개가 얼아내린 서리꽃이 피고,

희미한 추억같은 마을이 펼쳐져 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배경이 된 Oregon State에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쁘다.

울창한 숲 사이로 흐르는 강물...

그 강물에서 낚시를 하는 목사와 그의 아들들...

나무 사이를 뛰어 다니며 보냈던 어린 시절의 어머니 땅에서 펼쳐지는 인생의 여정...

뾰족한 전나무들을 뒤로 뒤로 보내니

둥그스럼한 형체를 가진 나무들의 사열이 나타났다.

기후에 따른 자연의 변화와 그 적응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목적은 단순해야 하며

그것을 살고 있는 생활 역시 단순해야 한다.

 

 

1999.12.31

 

오전 6:30분네 스톡톤 부근에 있는 6 Motel에서 출발했다.

5번 free way를 타고 LA까지 그냥 가면 된다.

9시가 넘었을 때 Mcdonald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했다.

다니면서 거의 한국식 음식을 끓여 먹은 상황이라 음식에 대한 변화를 맛보기란 힘들었다.

44박 5일 간의 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쭁파티를 한 곳도 한국식당이었다.

 

여행이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떠나느냐는 것도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일 것 같다.

나는 아무 목적없이 기회가 주어졌다는 이유 하나를 가지고 여행을 다녀왔다.

우리 4명이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고 다녔는지 기억에 다 남지는 않지만,

이 모든 것을 주관하고 게신 하나님의 계획은 무엇인지 도 알 수는 없지만,

무사히 다녀왔음이 감사하다.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삶의 고통들을 누구와 나눌 수 있단 말인가.

 

1999년 마지막 날에 California 남부에는 오래간만에 비가 왔다.

건조한 사막 기후에 비가 내리니 또 다른 느낌이다.

새로운 2000년대를 맞으며 Y2K(Year 2 Kilo)를 걱정하는 상황이 생소하다.

시간 위에 어떻게 내가 존재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