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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니어진입기(03) - 그야말로 보험

truehjh 2012. 7. 5. 12:58

그야말로 보험

 

몸과 마음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시기, 즉 노화로 진행되는 시기가 갱년기와 그 이후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바람직한 노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시기다. 건강한 시니어의 시기로 진입하는 이 기간을 어떻게 지내야 잘 살았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나 자신의 몸을 잘 돌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도 따라 건강해질 것 같아서다. 여기서 잠시 부언하자면, 이제부터는 시니어의 품격이나 여유로움보다는 노화를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노화에 대처하는 자세 또는 노화를 맞이하는 태도에 구체적으로 표현해 보고 싶어서다.

 

몸을 먼저 돌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미래의 꿈이 현재의 삶을 만들던 젊은 시절과는 다르게, 현재의 몸 상태가 미래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을 경험하고부터다. 이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육신의 고통이 지속되니까 내일의 삶이 불투명해져서 불안했다. 바로 퇴행성으로 오는 근육통과 관절통 때문이었다. 대체적으로 건강하여 별다른 고통 없이 살았기 때문에 노화로 인한 육신의 통증이 처음에는 너무 생소하게 느껴졌다. 움직일 때마다 아이쿠...’ 소리를 내며 아픔을 호소하는 내 육체가 자꾸 낯설어져 마음과 정신이 나약해졌다. 앞으로의 삶에는 육체의 고통만 남아 있을 것 같아 두려웠고, 노년의 삶이 그렇게 육신의 고통 속에서 우울하게 흘러갈 것만 같아 속상했다.

 

전에는 힘겨운 일을 하고 나면 그 후에 온몸이 아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을 하기 전에도 아프고, 일을 한 후에도 아프다. 여기저기 아프게 되면 왜일까, 왜 통증이 생길까에 몰두하게 된다. 우선 원인을 찾아내서 그 상태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하지만 아픔이나 통증은 멈추지 않는다. 이제는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나이 들면 아픈 게 일이라고 자조 섞어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된다. 맞는 말이다. 퇴행성이라는 이유를 가지고 통증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높아만 간다. 익숙하지 않던 통증을 느낄 때마다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다고 중얼거리다가도 병원에 실려 갈 정도로 심하게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고 혼자서 응원하고 위로한다. ‘그뿐이야... 뭘 더 바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의 감각은 신이 주신 축복이라고 한다. 아프다는 느낌 때문에 더 큰 아픔을 예방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의 통증은 괴롭고 힘겹다. 통증에 대한 두려움은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통증의 결과로 이어지는 죽음보다, 통증을 느끼는 그 순간의 고통이 더 두렵다. 그렇다고 통증이 생길 때마다 그 원인을 찾아내고 병명을 진단받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니며 인생을 소비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약이나 병원만 의지하며 남은 시간들을 그렇게 마무리하고 싶지 않다. 노화라는 원인을 제거할 수 없는데, 통증이나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남은 시간과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아간다는 것 또한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고통과 통증을 친구 삼아 살살 달래며 아끼며 살아가는 방법은 없을까. 왜 아플까에 집중하다 보면 아픈 것에만 몰두하게 되고 그 이외의 삶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그러나 살아있는 한, 해야 할 일은 해야 한다. 아픈 가운데서라도, 고통 중에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살아있다는 증거다. 통증 때문에 어떤 일을 할 수 없다고 핑계하지 말자. 짜증내거나 의기소침해지지도 말자. 마음을 다잡고 모든 통증과 친해지자. 친해진다는 것은 두려움을 없앤다는 이야기와 같은 의미다. 반항하지 말고 받아들여야 하며, 그 고통에 적응해야 한다.

 

육체가 고통을 느끼면 정신과 마음이 평안을 유지하기 어렵고, 고통스러운 육체에 갇히게 되면 내 영혼이 자유롭지 못하다. 영혼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고통에 대한 민감함을 버려야겠다. 참고 적응하는 것이 바보스럽고 미련한 짓일 수도 있겠지만, 내 몸에 대한 결정은 내가 한다는 생각으로 밀고 나가보련다. 그렇다고 내 몸을 내버려두거나 학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상이 느껴질 때 의사의 도움을 받으러 병원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습관적으로 의존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대책은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얼마 전에는 의료실비보험에 가입했다. 그야말로 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