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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시니어진입기(04) - 운동은 필수

truehjh 2012. 10. 5. 13:00

운동은 필수

 

어렸을 적에는 소아마비를 고쳐보겠다고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수많은 병원을 들락거렸지만, 소아마비 수술을 끝으로 병원과는 거리가 멀게 살았다. 그 정도로 건강하게 잘 살아온 나로서는 갱년기 이후의 생소한 노화현상에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생소함을 통해서 인간은 생에 대한 욕심을 버리게 되고, 좀 더 성숙한 노년기를 살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가다듬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결국 노화되고 있는 자신의 몸을 겸손히 인정하고 잘 보살피며 살아야만 바람직한 시니어 시기를 맞이할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 아니고 노화 현상에 대한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시니어 시기에 대비한다거나, 노화를 막아보려고 운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퇴행성 질환에 의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통증을 경감시키는 대책으로 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세간에는 나이 듦으로 인해 발생하는 몸과 마음의 퇴행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다는 정보들이 차고 넘친다. 여러 가지 방법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약이나 병원에 의지하는 방법을 제외하면 그중에서 운동이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신체 조건에 맞는 운동을 찾아보았는데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다. 장애인을 위한 요가, 평지에서 하는 파크골프, 실내에서 하는 탁구, 휠체어 농구 등 체력단련을 위한 스포츠의 문을 두드려 보았다. 그러나 모두 지속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뒤따르는 운동이었다.

 

결국은 수영을 택했다. 수영은 나이 들어서도 누구나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선뜻 수영을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보조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혼자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집 근처의 재활스포츠센터 안에는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수영장이 있다. 탈의실에 휠체어가 대기하고 있으니 이런저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에 일반 수영장이었더라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이유로 몹시 주눅 들어 있었을 것이다. 옷을 벗은 상태에서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고 말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무지막지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욱이 남과 다른 나의 몸을 드러내기가 몹시 부끄러워 주저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런 상황을 마주하기 싫어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센터가 있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다. 외국에 살고 있는 장애인 친구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다. 자기 동네에 있는 재활스포츠센터에 가서 운동을 하고 온다는 말이 부러웠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특별한 센터가 한두 개 존재했겠지만 보편화된 상황은 아니어서 그림의 떡이었다. 그런데 이젠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도 장애인을 위한 스포츠센터가 생겼다. 그것도 가까운 곳에 깔끔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센터가 있으니 감지덕지하다. 더군다나 운동할 때에 장애라는 조건들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는 재활수영 강사들의 대답과 조언을 들을 수 있으니 그 또한 금상첨화다. 속이 시원하고 후련하다 못해 뿌듯하기까지 하다.

 

운동과 거리가 멀었던 것은 재활스포츠센터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패럴림픽의 경기종목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운동이 비장애인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는 특별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곤 했다. 나에게도 주어지는 기회는 아니라고 여겼다. 그저 운동이란 먼 산의 풍경이었고, 잡을 수 없는 바람이었다. 운동의 필요성은 나이 들면서 더욱 절실해졌지만 접근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운동이 제한되어 있는 데다가, 복잡한 보조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거의 없었으니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마음 편했다.

 

그러나 이젠 주변 환경이 많이 변했다. 운동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었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스포츠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더욱이 내가 나이가 들고 있지 않은가. 노화로 진행되고 있는 나의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운동을 알아보았다. 나는 어떤 운동을 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생애 마지막까지 지속할 운동 기술을 익히라는 조언에 따라 선택한 것이 바로 수영이다. 수영장 물 위에 떠있는 순간에 느끼는 심신의 자유로움이 나의 노후와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 준다. 그것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