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Trip/필리핀(2012)

[2012 필리핀의료선교여행] 후기

truehjh 2012. 10. 2. 00:03

 

후기 (120902)


필리핀에 다녀온 지 4주가 넘었는데... 그동안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지냈다. 이젠 정말 몸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나 정신은 가볍다. 책임감이 무거울 때는 마음의 피로가 잘 안 풀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마음이 홀가분하다.


연약한 누군가를 돌보지 않아도 되는 상태는 정말 편안하다. 난 언제나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이 걱정되어 노심초사였다. 어떤 모임에서건 그랬다. 누군가가 혹시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을까... 아니 누군가의 아픈 마음이 어떻게 하면 치유 받을 수 있을까... 나의 시선은 늘 그런 것에 집중되어 있어서 나의 성취감이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방법을 찾아내는 일에는 서툴렀다. 아니 그것이 나의 성취감이며 즐거움이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아직 완전히 아닌 것은 아니지만 좀 많이 무뎌졌다. 이번 선교여행이 그런 케이스였다.


올 초부터 해외의료선교 선교지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처음엔 캄보디아도 물망에 올랐었는데 결국은 필리핀 비전센터로 결정이 되었다. 의료선교팀이 움직이면 약사가 필요하니까 난 그냥 팀의 일원으로 약사로써의 책임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다. 그냥 순간 순간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사랑을 나눌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일은 나 아니어도 약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므로 별다른 소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빠질 핑계거리를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성실하게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연약한 나에게 소중한 일거리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지 못하고. 감격하지도 못하고 지냈다는 이야기다. 팀원 각 사람에게 주시는 은혜가... 준비된 그릇의 크기만큼 다르게 채워지고 넘쳐나고 있음을 보면서도... 나는 그저 막연하게 감사할 뿐 감동의 물결 속에 잠겨있지 못했다. 지금 속해 있는 교회에서 나의 비전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여서일까? 내가 찾아 나서지 않는 한... 내가 열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그냥 주어질 리는 없다.

 

나는 좀 더 예민해져야 하는 것일까?

이런 아주 근원적인 물음에 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다. 다만...

나 자신이 하나님 앞에 홀로 서서 이렇게 무기력하게 질문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