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ssion&Trip/필리핀 2012

[2012 필리핀의료선교여행] 하이라이트

truehjh 2012. 9. 20. 23:50

 

하이라이트 (120807)


폭우와 번개 속에서의 밤을 보내고 새로운 아침을 맞았다. 어제 밤에는 팀원 중에 어떤 권사님이 피로에 지쳐서 쓰러지셨단다. 의사선생님은 늦은 밤에도 문을 열고 있는 약국을 찾아가 영양 수액을 사다가 그분께 IV하고 취침했다는데 난 바깥 상황을 몰랐다. 나는 나의 부실한 몸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게 될까봐 그것이 항상 걱정이다. 그래서 내 몸을 스스로 돌보는 것이 나의 최선의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여기고 참여하곤 한다. 그래도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ㅋ... ㅋ...


오늘은 지역주민과 소년원생들을 진료하는 날이다. 다른 날보다 일찍 도착해서 오전에 진료를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마닐라로 들어갈 계획이다. 아침으로 빵과 커피를 먹고 모두 가방을 싸서 체크아웃을 했다. 오늘 타고 갈 버스는 멋지고 더 안전한 차다. 하지만 어제밤의 폭우로 인해 도로 여기저기에 물이 고여 있기 때문에 짐을 아래칸에는 실을 수 없고, 모두 뒤칸에 실어야 한단다.

 

 

 

예약된 치과 환자가 넘쳐서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신속히 그 많은 짐을 packing 하고, 도움을 준 사람들과 선교사님부부, 통역자들 등과 인사를 나누면서 간단한 경과보고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 시간을 가졌다. 실수 없이 정리하여야만 하는 그 순간에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바쁜 와중에 약간의 틈을 보인 허점이 부딪쳐 잠시 얼굴을 붉히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지 못한데다가 너무 바빠서 점심식사도 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포도당이 부족해 연약한 육체들이 날카로워져 있었나 보다...ㅎ..ㅎ... 하나님께 감사해서 드리는 봉사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업적에 대한 인정을 요구하는 미성숙한 자세들은 내 안에서 그리고 교회의 어디에서나 난무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덕스럽게 풀어가느냐가 언제나 문제의 핵심이다. 

 

 

450여명의 진료를 마치고, 손을 흔들어 주는 주민들을 뒤로 하고서, 우리는 마날라로 향했다. 얼마간 가다가 큰 수퍼마켓을 만나 그곳 주차장에 버스를 세워놓고 햄버거를 사다가 점심으로 먹었다. 비는 무섭게 내리고, 마닐라는 도로가 물에 잠길 정도의 비가 내렸고 또 지금도 내리고 있다는 소문과 함께, 우리를 태운 운전기사가 계속 TV를 켜놓고 폭우 속 마닐라의 상황을 걱정하면서 이 고속도로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 물에 잠겼다고 하며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계속 밝힌다.


운전기사는 움직이려 하지 않고, 선교사님 사모님도 어찌해야 될른 지를 걱정하고 계신다.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태도겠지만 다음의 일정이 있는 우리들로써는 막막했다. 떠나는 비행기가 마닐라 공항에 있고, 오늘 저녁 묵을 호텔도 마닐라에 있는데 길이 막혔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 다시 선교센터로 돌아가야 하는가를 팀장과 교역자와 리더들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하나님은 자신의 일을 하시고 계셨다. 폭우 속의 주차장에서 버스를 세워놓고 햄버거를 먹으며 도로가 물에 잠기고, 폭우가 쏟아져서 진퇴양난에 걸쳐있다고 이런저런 걱정으로 모두가 뒤숭숭해 있는 그 시간에... 우리는 놀라운 일을 보았다. 주차장에서 낭비되어지는 듯이 보였던 그 시간이 오히려 은혜의 시간으로 바뀌었다. 하나님께서 요나에게 허락하신 풍랑의 장으로 우리를 초대하신 것 같았다. 제비에 뽑힌 요나가 ‘풍랑은 나 때문이다’라고 고백하며 ‘나를 던져라’라고 말했던 상황 처럼, 그 자리에서 몇몇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고 몇 시간 전에 얼굴을 붉혔던 일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서로에게 사과했다. 진심으로 ‘내탓이로다’를 외칠 줄 아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모두를 안심하게 해 주었다.


사람들은 다시 활기를 되찾고 긍정적인 마인드가 되는 것 같았다. 수퍼마켓에서 사온 커피도 나누어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어떤 사람은 마닐라 가까운 곳에 있는 지인의 전화번호를 찾아 상황을 설명 듣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지도를 사다가 다른 길을 찾아보기도 하면서, 각자가 나름대로의 정보를 입수했다. 결국은 클락공항 쪽으로 되돌아가지 않고 예정했던 대로 마닐라시를 향해 가기로 결정했다.


마닐라의 60%가 물에 잠겼다는 뉴스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마닐라 시내에 있는 Richmond Hotel에 도착했다. 그리고 각자의 방을 배정받은 후에 근처의 식당에 가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오늘 마닐라로 입성(?)한 영웅담을 잊지 않으려는 듯이 수다를 떨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