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 (2010.10.05)
숙소였던 산사의 아침에서 나와 주변의 신선한 공기를 맛보며 커피를 마셨다. 그리고 이곳 저곳 돌아 다니며 사진을 찍은 후에 선운사로 향했다.
선운사로 가는 길은 조용하고 한가했다.
가끔 가다가 단체로 입장한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지나가는 풍경조차 아름다운 그 길은 기대 이상으로 나를 반겼다. 9월 중순에 붉은 색으로 무리지어 피었다가 이제는 거의 다 지고 있는 꽃무릇이 가끔 가다 몇 송이씩 남아 길손들을 향해 인사한다. 대웅전 뒤에 있는 진초록의 동백군락도 거기 그대로 있으면서 오고가는 사람들에게 붉은 꽃 피는 4월을 기약하는 듯하다.
동백군락을 뒤로 하고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는 산사... 대웅전 양옆에 예쁘게 피어있는 백일홍, 실하게 달려있는 모과가 인상적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산책길도 만들어 놓아서 여기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보여 또한 즐거웠다.
화장실 가는 길에서 만난 청각장애인의 배려,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눈에 밟힌다. 나가려고 하는데 어딘가에서 보고 있었는지 털털거리는 이동식 삼륜차를 몰고 와서는 대웅전 뒤에 있는 동백을 보러가려면 계단 밖에 없다고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을 되풀이 한다.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신덕식당에서 장어구이와 장어탕을 주문해서 먹으며 이런저런 옛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직은 우리가 이렇게 다닐 수 있음이 감사하고, 아직은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음이 감사하고, 아직은 우리가 나눌 수 있는 공통의 이야기가 있음이 감사하고, 아직은 우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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