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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해방] 장애감수성 - 차이와 차별 -

truehjh 2013. 1. 17. 23:40

 

장애감수성 - 차이와 차별 사이 -

 

장애와 비장애의 소통은 화성과 금성에서 온 남자와 여자만큼 언어소통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장애와 비장애의 소통뿐만 아니라 장애와 장애 사이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장애의 종류와 경중에 의한 차이에서도 소통이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 비장애가 장애를 먼저 수용하라 또는 경한 장애가 중한 장애를 먼저 수용하라는 주장은 이해는 되지만 현실성이 없고 그것 역시 차별적 주장이어서 공감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차이(diffrence)는 차별( discrimination)과 다르다. 차이가 차별로 경험되는 순간이 있다. 간소한 차이가 차별을 유발시키는 경우는 아주 많아서 차이로 인해 차별 당하는 예는 허다하다. 똑 같은 노인 장애여성인데 어렸을 때부터 장애인이었다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한다고 보고하는 외국논문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때로는 나도 차별받고 있는 차이를 인식하는 순간, 차이를 인정하고 보여주는 작전으로 갈 것인가, 차별이라고 여기고 거부하는 작전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차별로 시작된 시선이 결과에 대한 배경일지라도 차이임을 들어내기 위해 그들의 시선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자유롭게 등장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전시용이라도 장애를 차이로 드러내야 하는 사정인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인가를 따져봐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소극적인 방법이 그 상황에서 차별을 극복하는 가장 적절한 선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렇듯 위험하고도 섬세한 다름 즉 차이에 대한 느낌을 글로 옮겨 놓을 수 있을는지 확언할 수 없지만 살면서 느끼는 짧은 느낌들을 표현해 보려면 차이와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평소에 나는 ‘소수자, 비주류, 주변인에 관하여 관심과 애정이 많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다양한 모습의 차이를 만나면서 그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는 것을 느낀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틀이 견고하여서 차이를 만날 때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한다고 느껴진다. 감수성이 개발되어 있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장애감수성을 가지고 좀 더 따지고 들자면... 장애 때문에 모든 것들을 시도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그것이 제2의 성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면 부정할 만한 근거를 찾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장애와 관련지어서 거절되었던 사건들을 돌아볼 때 그런 차이에 의한 거절이 없었다면... 장애에 대한 나의 견해는 단지 불편한 장애인일 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장애란 단지 불편할 뿐만이 아니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