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같이/Food

먹거리 - 무말랭이

truehjh 2013. 1. 18. 22:36

 

무말랭이

 

엄마는 김장철이 되면 겨울무를 말리신다. 무를 말리는 일이란 우리네 보통의 어머니들이 늘상 해오시던 겨울 밑반찬 준비 중에 하나이니 특별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리는 방법이 유별하시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말리지 않고 가늘게 채로 썰어서 얇고 길쭉한 모양으로 말리는 무말랭이다. 엄마의 고향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엄마의 시어머니 방법이다. 우리 형제들은 어렸을 때 무말랭이계란찜을 도시락 반찬으로 가지고 다녔다. 참기름과 깨소금으로 간장 양념한 무말랭이무침에 계란을 풀어서 찜으로 만든 반찬이다. 이 반찬은 친구들에게 은근한 인기가 있어서 점심시간에 같이 나누어 먹게 되면 가끔 어깨를 으쓱하곤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는 말리는 무와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 아들 며느리는 8순 노모가 병나실까봐 노심초사지만 무 말리는 일 외에는 여념이 없으시다. 채로 썬 것들이 겹쳐 있으면 곰팡이가 생기기 쉽다며 하나 하나 정성들여 뒤집으면서 말리고 줄까지 세워 놓으신다. 따뜻한 방바닥과 건조한 실내의 기운 덕분에 깨끗하고 뽀사시하게 잘도 마른다. 의사 아버지 밑에서 자라셔서 그런지 젊은이들보다 위생관념이 더 철저하시다. 엄마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되면 최선을 다해 마치고야 마는 성격이다. 옛날 피난시절 바느질을 하실 때도, 소아마비 걸린 딸을 고쳐보겠다고 여기저기 업고 다니실 때도, 개척교회시절 그 많은 연탄난로를 피워놓으실 때도, 가난한 살림에 자식 넷을 공부시키실 때도, 누워계시던 시어머니 병수발 하실 때도, 일하는 며느리 돕느라고 손자손녀 밥차려 먹이실 때도 말없이 최선을 다하셨던 엄마... 지금은 그 인내심으로 성경을 60독 가까이 하고 계시는 엄마... 성실함, 말없음, 깔끔함, 끈질김은 자식들 모두가 닮아가야 할 덕목이다.

 

 


* 무말랭이 말리는 법

- 달고 맛있는 무를 골라 잘 씻는다.

- 물기가 마르면 가늘게 채로 썬다(요즘은 간편하게 채칼로 길쭉하게 썬다).

- 따뜻한 방바닥에 깨끗한 보자기를 깔고 가는 무들을 겹치지 않게 펼쳐 놓는다(햇볕에 말려야겠지만 아파트에서는 여의치 않으니...).

- 완전하게 마르면 적당한 양으로 나누어 보관한다.


* 무말랭이 무치는 법

- 적당한 양의 무말랭이를 물에 씻어 먼지들을 제거한 후 물기를 뺀다.

- 간장은 너무 짜지 않을 정도로 희석해서 한 번 끓인다.

- 잘 말려 놓은 병에 물을 뺀 무말랭이를 넣고, 끓여서 식힌 간장을 붓는다.

- 이틀 후에 무말랭이에서 간장을 짜내어 다시 한 번 끓인 후에 식혀서 붓는다.

-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필요할 때 적당량을 꺼내서 참기름과 함께 여러 가지 양념을 넣고 쪼물락 쪼물락 버물려 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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