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생일일기

_ 마흔두 번째 생일

truehjh 2013. 5. 21. 20:40

1997.03.29

 

만물이 움트고 소생하는 3월 내내 감기환자와 씨름하느라 매일 4~5시간 동안 앉아 볼 틈도 없이 서 있었다.

너무 힘들어 허리가 꺾이는 것 같은 통증을 견디며 버텼다.

식사할 시간이 없어 저녁을 굶으며 150명 조제를 하다보면 사람마다에게서 나는 제각기 다른 냄새 또한 견딜 수 없게 된다.

병든 인간에게서 나는 수많은 악취부터 진한 화장을 한 사람에게서 나는 독한 향수냄새까지 그리고 나에게서 나는 냄새까지 다 느끼면서도 이 역겨운 냄새로부터 탈출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먹지 못해 허기짐에서 오는 욕구불만 또한 대단한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을 다 참아낼 수 있게 한 것은 오로지 책임감이라는 것이었다.

단지 약국을 개업하고 있는 약사로써의 책임감일 뿐이다.

이러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지 돈벌이가 아닌 책임감이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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