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There/터키(2013)

[2013 보행장애인의 터키여행] 파묵칼레의 석회붕과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truehjh 2013. 8. 27. 00:34

2013.08.01

 

목화의 성 파묵칼레의 시골마을에서 아침을 맞았다.

5시 모닝콜이 울리기 전에 눈이 떠졌다. 한국시간으로 치면 대낮이다. 오늘 오전에는 사도 빌립이 순교한 곳이라고 전해지는 히에라폴리스를 방문할 예정이다. 기원전 190년경에 파묵칼레 온천의 바로 위쪽에 건설된 이 도시는 2~3세기에 인구 15만 명의 큰 도시로 성장했으며 비잔틴제국시대에는 그리스도교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지만 14세기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고 말았다고 한다.


파묵깔레 석회붕과 노천온천은 석회질의 온천수가 오랜 세월 산비탈에 침전되어 신비한 백색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곳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다. 파묵칼레는 목화꽃이 활짝 피면 온세상이 하얗게 되는 것처럼 석회붕이 하얗게 펼쳐져 있어서 유래된 이름이란다. 풍부한 미네랄 온천과 그 주변에 로마시대의 유적이 남아있는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는 ‘신전의 도시’라는 뜻을 가진 고대유적지다. 그 당시에는 온천으로 인해 질병의 치료와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었나 보다. 병에 걸린 세계의 부호들이 찾아와 치료를 받고 가기도 하고, 로마의 황제들도 쉬고 가는 곳이었단다. 크레오파트라도 피부관리(?)하러 4번이나 왔었다는 설도 있다.


또한 골로새와 라오디게아는 히에라볼리(히에라폴리스)와 가까이 연결되어 있는 도시라는데, 라오디게아교회에게 경고한 메세지인 ‘뜨겁든지 차든지 하라’는 말씀의 배경이 바로 이 온천수란다. 히에라볼리의 온천수가 길고 긴 수로를 통해 라오디게아까지 이르면 미지근한 물이 되어 있었다고 하니 참... 참... 참... 당시 문화로 읽을 때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말씀은 그들의 믿음이 히에로폴리스의 물처럼 목욕하기 좋은 '뜨거운 물'도 아니고, 골로새 지역의 물처럼 시원한 생수로 사용되는 '찬물'도 아닌, 마치 미지근한 석회수와 같아서 온천으로도 사용할 수 없고 마시기에도 역겨워 토할 것 같은 쓸모없는 상태이므로 회개하라는 것이라고 한다. '뜨겁거나 차든지'가 신앙이 뜨겁거나 차든지가 아니다. 또한 '뜨겁지도 차갑지도'는 성급하든지 신중하든지가 아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아니한 미지근한 것이란 우리말에서처럼 우유부단한 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의 이 말은 그냥 온천물이 되든지 차가운 생수가 되든지 하라는 뜻이란다. 즉 '신앙이 뜨겁고 차가운'으로 해석하는 것이 아니고 ‘신앙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로 해석해야 한단다... ㅎ... ㅎ...


히에라폴리스 입구에 도착하기 전에 멀리 떨어져 있는 네크로폴리스(죽은 자들의 도시, 공동묘지)도 보았다. 히에라폴리스에서 병을 고치다 치료가 안 되어 죽으면 네크로폴리스에 묻혔다고 하니, 내노라 하는 높은 양반들이 얼마나 많이 그곳에 장사되어졌을지 짐작이 간다. 하긴 히에라폴리스 안에도 병든 사람들을 위한 공연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고 하는데 그 당시의 차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위생관념이 강하고 병든 자를 배려해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병든 자들이 돈이 많아서 자기네들만이 즐기려고 따로 건축했다고 해야 하나... 이 모든 것이 나에겐 여전히 궁금한 사항이다.

 

남문으로 들어와 성벽을 뒤로 하고 서니 오른쪽 멀리 아직 남아 있는 원형극장의 형태가 보인다. 왼쪽으로는 체육관의 기둥들이 남아있고... 수로도 보이고... 아직 땅에 파묻혀 있는 사제들의 거리가 조금 드러나 있고... 곳곳에 서있는 알 수 없는 기둥들을 보며 옛 모습을 상상해 본다. 히에라폴리스는 아직 1/10도 발굴이 끝나지 않았다고 한다.  

 

 

 

 

 

밑으로 돌아내려오니 갑자기 눈앞에 백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절경이다.

온천수가 흘러내리면서 계단식 석회붕에 고인 옥빛의 물과 흰색의 석회층은 아름다운 대조를 이루며 감탄을 자아낸다. 층층의 물깊이가 다르고 물색이 다르다. 그 석회층을 보호하기 위해 신발을 봉지에 넣고 맨발로 들어가야만 한단다. 어쩐지 경찰복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 주변을 지키고 서 있다. 우리 일행들도 모두 맨발로 내려가 물속을 걷는다. 나는 홀로 사진을 찍으며 주변을 맴돌고 있었더니, 현지인가이드가 신경이 쓰였나보다. 지키고 있는 경찰에게 양해를 구했다며, 신발 신고 내려가 보라고 배려를 한다. 터키사람들에게는 억지로 웃는 웃음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무심한 듯한 그 표정이 오히려 진실성을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준다. 터키 공무원, 터키 승무원, 터키 가이드, 모두 참 착해 보인다. 물론 터키 상점사람들은 제외다.


경찰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살살 내려가 보았다. 허락을 받았으니 운동화를 신고 당당하게 걸어내려 갔지만... 그러나 무리... 바닥은 울퉁불퉁하면서도 많이 미끄러워 혼자 걷기가 힘들었다. 힘차게 내려가는 물살에 손을 한번 넣어보고. 그것으로 만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본 노인의 작은 체구가 물살에 밀려 사고가 났단다. 우리 모두 우왕좌왕... 한참 있다가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올라오는 것을 보았는데 대형사고가 날 뻔했단다. 아니 대형사고라고 봐야한다. 나도 여행 중에 욕심을 내면 안 된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온천수를 즐기고 있는 일행들을 뒤로 하고 우리는 석회붕에서 먼저 나왔다.

잘 손질된 길과 주변의 꽃과 허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은 부분적으로 휠체어 접근이 가능할 것 같았다. 여유 있게 집합장소를 향해 가면서 시간이 남는 대로 도시유적지 주변을 유유히 거닐었다. 두시간 정도의 아침산보라고나 할까... 잘 왔다 싶은 마음이 솟구쳤다. 아직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는 독특한 여백의 미를 가지고 있는 여러 폭의 동양화 같았다. 광활함과 절제미는 화려한 도시 에페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정말 멋진 유적지다. 

 

 

 

 

 

 

 


히에라폴리스에서 나와 휴게소에서 터키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일행을 기다렸다.

사람들은 모두 만족한 표정을 하고 약속된 시간에 모였다. 가이드는 시간을 잘 지키는 우리들에게 보너스(?)라며 뷰포인트로 안내했다. 버스에서 내려, 온천수의 물이 흘러내리는 호숫가에 서서, 다시 위로 올려다보는 광경은 장엄했다. 이쯤에서 멋진 사진 하나가 나와줘야 하는데... 그런 사진 찍을만한 곳으로 걸어가기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서있는 자리에서 찰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