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랑/참좋은이웃

딸 같은 제자

truehjh 2014. 2. 20. 19:50

 

사랑하는 딸이라고 쓰고 싶지만 엄마노릇을 해준 적이 없어서 딸 같은 제자라는 말로 이 글을 시작해야겠다. 딸 같은 제자...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그녀에게서 프리지어 꽃다발을 선물로 받았다. 그 전 언제였던가는 중학생이 된 그녀의 딸이 약국할머니인 나에게 보내준 생일선물이 프리지어 꽃다발이었던 적도 있다. 그 아이는 ‘ㅎ ㅎ 제딸이중학생이되어서약국할머니생신축하드릴때까지건강하세요>_<’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내 주었다.

 

프리지어가 내 생일꽃 같다는 착각은 아마도 그녀가 대학생이던 시절부터 시작된 것 같다. 그녀가 외국에 있거나 내가 외국에 있었던 해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해마다 프리지어 꽃다발을 받았다. 그녀에게서 생일 선물로 받은 프리지어 꽃다발이 몇 개가 되는지 이젠 셀 수가 없다.

 

먼 옛날에 나는 프리지어 꽃향기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간절히 소망하고 살았다. 한 줄기 꽃대에서 피어나는 꽃송이들의 향기가 방안 가득히 채우고 또 더 멀리로 퍼져나가면 그 향기를 맡은 누군가의 마음이 기뻐지고 희망이 솟아오를 것이라고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이젠 그녀로부터 전해지는 아름다운 향기를 맡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고맙다.

 

그녀와 그녀의 딸들이... 그리고 또 그들의 딸들이 모두... 향기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열리기를 소원하며!

 

 

*** 딸 같은 제자에게서 온 편지 ***

 

선생님~

겨울 날씨치고 포근하다 하는데도 전 여전히 춥네요..

올해는 강원도에 눈이 몰아 내리는지 서울이나 이쪽 대전에는 눈소식이 드물었지요?

이제는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도 예쁘다고 마음이 느끼기 전에 먼저 머리가 눈온뒤의 일을 계산하고 걱정하네요.

마음 한구석에서 여유를 찾고 느긋하게 살고 싶은데, 아직은 아닌가봐요.

지난주 혜원이가 다녀와서는 약국할머니 얘기를 곧잘 하네요.

지원이는 기억속에 그래도 좀 있는데 혜원이는 대전와서 낳은지라

약국을 하신걸 본적이 없으니..ㅋㅋ

더구나 할머니치고는 너~~~무 젊은지라 ㅎㅎ

조금은 낯설어했었거든요.. 이번에 다녀와서는 저처럼 많이 부러워하더라구요.

주영인 약국할머니가 계셔서 좋겠다고, 정말 친해보이더래요..

혜원이가 가면서 선생님 호칭을 걱정하며 갔었어요...

집에서는 선생님 칭할때 부담없이 약국할머니로 부르거든요.

그래도 막상 얼굴뵈면 그게 아니잖아요..

너무 젊으시다고 약국할머니라 부르면 기분나빠하실거라 걱정하면서 갔었거든요..

지원이가 걱정말라며 자기가 이미 그렇게 불렀었기때문에 익숙해지셨을 거라며 혜원이에게도 그렇게 부르라고 하더라구요..

혜원이가 잘 부르던가요?

주영이랑은 아주 재미있었나봐요.. 담에 또 만나기로 했다며 평생 친구가 되겠다고 하네요..

언니나 한정렬 선생님께도 감사한 일이었어요.

그래도 제게는 선생님이 계셔서 더 편하게 맘놓고 보냈다면 쫌 그런가요?

요즘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간답니다.

애들이 방학이잖아요 아침먹고 돌아서면 점심때되고 , 저녁되고.. 전 왜 이리 먹고 사는게 힘이 드는지~ 참 속상한 일이예요.

이제 주부 경력 20년인데도 살림이 너무 어렵고 힘드니 누굴보고 하소연하기도 부끄럽지만.... 그래도 힘들어요 ㅜㅜ

2월은 성경학교가 끝나고 3월이 되어 아이들이 개학을 해야 제게는 방학이 되네요.

아무래도 3월이 되어야 선생님을 뵐수 있을것 같아요.

3월하면 전 연한 노란빛이 생각나요. 후리지아 향기도 나는 것 같구요.

담에 제가 향기 가득한 후리지아 한다발 들고 뵐께요.

선생님이랑 지냈던 많은 시간들이 제게는 참으로 큰 기쁨이었어요...

앞으로 함께 할 시간은 더 큰 기쁨일거구요...

사랑해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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