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침표는 도봉제일교회다. 가정보다도 더 소중하게 지켜내고 싶어 하셨던 도봉제일교회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교회로써의 빛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이제 50주년 희년을 맞이하게 되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재정비 되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토록 원하셨던 지역사회의 어려운 학생들을 섬기기 위한 장학회 운영도 시작하게 되었다.
1986년 아버지가 장학헌금을 하신 이후 지금까지 장학회준비위원 중의 한 사람으로서 늘 마음이 부담스러웠었다. 그런데, 드디어, 마침내, 도봉제일교회 내에 고 한수길목사장학위원회가 설치되어 장학금을 전달했고 지난 11월 23일 주일에는 장학회설립감사예배도 드렸다. 멀리에서 찾아온 소수의 지인들이 참석하였고, 대만에서 목회하고 있는 민목사님이 말씀을 전했다. 아버지의 목회를 위해 든든하게 지지해 주셨던 친척고모님 정성원선교사님이 초석을 놓으셨던 곳이기 때문에 대만은 아버지에게 커다란 의미가 있는 나라다. 게다가 엄마는 고한수길목사장확회 초대명예위원장으로 추대되어 공로패를 받았다. 이렇게 마음을 크게 열고 계신 이목사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금까지 장학금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애썼던 숨은 손길들에게도 감사한다.
나는 마지막 짐을 내려놓은 기분이다. 이제 도봉제일교회에 속해 있는 누군가가 이 일을 맡아 운영하게 되었으니 나는 장학금을 보관하고 있던 사람으로서의 부채감을 덜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 큰 액수의 장학금은 아니지만 도봉제일교회에 드리라던 아버지의 유지가 이루어졌고, 앞으로 선하게 잘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
그리고 도봉제일교회에 관련된 아버지의 이야기도 여기서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통해 덕스럽지 못한 기억에 연연하거나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탄이 악을 행한 것이며 하나님은 그것마저도 선하게 활용하시면서 하나님의 선한 의도를 이루어 나가시는 것을 보았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동안 해결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 인생사일찌라도 하나님의 선한 의도를 깨우쳐 알아간다면, 시간의 흐름과 인내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과 그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며 감사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의 표상인 도봉제일교회와 그 안에서의 나의 젊은 시절과 그 때 만났던 사랑하는 사람들의 지난 삶에 대하여, 그 뿌리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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