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4-05) 마지막 노래

truehjh 2014. 12. 31. 23:13

4-05) 마지막 노래

 

올해 12월 마지막 날 이 늦은 시간에 병원에 계시는 엄마를 생각하며,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끝내려고 한다. 이제는 끝내야 할 것 같고, 그리고 끝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아버지의 일기장들과 그 밖의 자료들은 엄마의 허락 하에 대한민국역사기록관으로 보냈고, 얼마 전에 아버지의 이름 밑에 내 이름도 쓰여있는 자료수증증서도 받았다. 또한 아버지의 삶 속에서 최선의 사랑과 헌신으로 섬기셨던 도봉제일교회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고, 엄마가 건강하게 살아계실 때 교회에 장학금도 잘 전달했다. 이제는... 아직도 나에게 남아있는 나머지 기록물들을 버리는 일만 남았다. 그러면 나는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자유롭지 않은 적은 없다. 단지 아버지의 일대기를 정리해 보고픈 욕심이 있었고 그 욕심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뿐이다. 가난한 목회자의 목회일지를 통해서 하나님 앞에서 진솔했던 한 목회자의 삶을 드러내 보이고 싶었던 욕심이다. 아버지가 남겨 놓으신 설교집, 일기장, 성경공부 교안들, 메모장 등을 언젠가는 사용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눈앞에 진열해 놓고 있던 그 많은 종이들 위에는 인간의 고뇌, 선함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인생길, 실패하고 두려워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이 진정성 있게 그려져 있다. 또한 일기 속에는 청년기부터 가졌던 하나님에 대한 사랑, 예수님에 대한 소망,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사랑... 가족애, 자식사랑, 한 인간이 가지고 있었던 희로애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도봉제일교회를 개척하기 시작하시면서 자신의 소명이나 목회방향에 대한 고뇌가 드러나는 글들을 읽어 가는 동안 한 인간의 자연스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을 통해 알게 되거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분을 가지고 한 인간의 삶을 조명해서 극대화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모두가 하나님 앞에서는 단독적인 존재로 살아가는 것일 뿐인데 실재했던 나의 아버지를 신화화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면 몰라도... 그리고 작가로써의 기질과 능력이 부족한 내가 한 인간의 서사적 삶을 그려낼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래서 이제는 진실로 자유롭다는 것이다.

 

이제 마지막으로 내가 쓰고 싶었던 책 ‘어느 목회자의 목회일지’ 서문과 기획의도를 정리하고 아버지를 위한 노래를 마치려 한다. 이제 아버지는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시고, 가르쳐주시고, 삶의 모범을 보여주신 나의 아버지일 뿐이다. 내가 아버지를 위해서 할 일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다. 그리워하는 일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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