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아버지를위한노래

4-02)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

truehjh 2014. 5. 29. 23:40

       

1947년부터 시작해 30여 년간 써 놓으신 아버지의 일기

16년째 간직하고 있다가...

오늘... 드디어... 보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아버지의 이름으로...   

 

  

 

언젠가 역사박물관에 갔었을 때, 아주 사소한 영수증 종이 한 장까지도 잘 보관되어 그 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몇 십 년의 삶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는 아버지의 일기가 내 책장에 그냥 의미 없이 꽂혀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져서 그 때 함께 있던 지인과 아쉬움을 나눈 적이 있다. 그녀가 얼마 전에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자료를 수집한다는 공고가 났다고 알려주었다. 이 기회에 개인의 일기도 수집대상이 되는지를 알아보려고 전화를 했더니 가능하단다. 몇 가지의 질문 후에 연구원이 집을 방문해서 가지고 가겠다고 했다.

 

이십 권이 넘는 일기집에는 아버지의 성실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스물네 살인 1947년부터 시작되는 아버지의 일기는 고향에 있는 교회에서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장면부터 기록되어 있다. 피난을 내려가실 때는 마당 한 구석에 묻어 놓았었다는 그 일기 속에는 남하하기로 결단하고 가족과 헤어지는 심정, 이북에서 넘어오는 과정, 피난 내려온 사람들의 생활상, 남산과 종로거리의 풍경, 결혼, 공부에 대한 열망, 군생활, 자녀양육 등 그 시대의 상황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을 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과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써의 본분을 늘 기억하고 살고 있는 개인의 신앙이 가득 담겨있다.

 

1947년부터 1966년까지는 거의 매일 써 놓으셨는데 1967년부터는 매일 적어 놓지 못하셨다. 목회가 그만큼 어렵고 바쁘셨나보다. 1972년이 끝나고 73년이 시작되는 몇 달 간의 일기에는 의대입학이 거절된 내가 불편한 다리를 원망하며 울어대는 모습이 적라라하게 그려져 있고, 더 크게 아픈 아버지의 안타까운 마음이 고스란히 적혀있다. 나는 아버지의 일기를 통해서 내가 소아마비에 걸리는 시기부터 치료하는 과정, 부모의 심정, 소아마비 수술시키는 과정, 치료받으러 다닐 때의 수고, 등등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우리 사남매를 얻었을 때마다의 기쁨,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느꼈던 보람, 같이 놀아주면서 느낀 행복 등도 기록되어 있다.

 

이제는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다. 아직 뭔가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이랴 싶어 결단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마도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본인의 일기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기증된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의미 있어 하셨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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