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엄마의 기억 속으로...

truehjh 2014. 12. 15. 12:09

 

지난 토요일 응급실로 들어가신 엄마는 집중치료실에 4일 계시다가 일반병실로 옮겨서 치료를 받고 계십니다. 오늘도 예배를 마치고 병실로 갔는데 엄마는 집으로 가자고 하십니다. 이불을 싸가지고 갈 커다란 보자기가 필요하다는 걱정과 함께 윗옷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겠다면서 찾아보라고 하십니다. 작은 며느리가 오면 집에 가야겠다는 엄마에게 의사가 아직 집에 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하니 ‘내가 고치지 못할 병에 걸렸냐’고 반문하십니다.

 

잠시 잠을 붙이시더니 숨이 불편해지신 상태에서 깨셨습니다. 힘이 드시는지 ‘내가 이렇게 여러 날 병원에 있는데 너희 아버지는 왜 한 번도 와보지 않니’라고 물으십니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이야기입니다. 남편이 그리웠나 봅니다.  지금 엄마의 머리 속에는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을까... 순간순간 엄마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체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남을 챙기시는 엄마의 습성은 여전합니다. 나더러는 침대에 올라와서 옆에서 쉬라고 하시고, 간병인에게는 잠을 설치게 해서 미안하다고 어서 눈 좀 붙이라고 하십니다. 기저귀 패드에 변 보신 것을 깔끔하게 치워주신 간병인에게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할지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의 말도 잊지 않으십니다.

 

남을 챙기는 것이 삶이었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극한의 경우를 맞이할 때 엄마처럼 남에게 이런 감사의 말과 배려하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떤 습성이 나타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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