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엄마의 방을 열었습니다. 빈 침대 옆에 엄마의 영정사진만 덜렁 놓여있는 엄마의 방입니다. 웃고 계시는 엄마의 사진이 엄마인 것처럼 착각이 됩니다. 조용하신 엄마의 움직임이 벌써 그리워집니다. 엄마 방에도, 엄마가 사용하던 화장실에도, 엄마가 가끔 나와 앉으시던 소파에도 엄마는 계시지 않습니다. 커다란 가족사진 안에는 계시는데, 그 엄마를 지금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 큽니다.
엄마가 계셨더라면 아침을 깨워 식사를 함께 했을 것입니다. 식사를 마치면 엄마는 식탁 치우는 것을 도와주십니다. 기우뚱하게 걸으며 반찬이 담긴 그릇들을 냉장고로 옮기는 내가 불안해 보이는 가 봅니다. 가끔 행주질도 해 주십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화장실에 가셔서 이를 닦고, 틀니를 닦고, 세수를 하시고, 머리를 빗고, 엄마의 방으로 들어가셔서 낮은 책상 앞에 앉아 성경을 읽곤 하셨습니다. 나는 설거지를 마치고, 손을 씻고, 커피물을 올리고 나서, 지금 이 때쯤이면 엄마의 약을 챙겨드릴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 나 혼자 아침식사를 하면서, 내가 집에 없을 며칠간을 뺀 거의 모든 아침에 엄마와 함께 했던 식사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반찬을 골고루 드시라고 잔소리를 하고, 식사할 때 물을 너무 많이 드시니까 밥맛이 없어지는 거라고 잔소리를 하고, 밥을 덜어드린 만큼은 다 드셔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고, 곰국에 소금을 많이 넣지 말라고 잔소리를 했습니다. 국에 말아 드시면 될 터인데 국물을 옆에 놓고서도 굳이 물에 말아 드시는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잔소리를 하면 싫은 얼굴을 하셨지만 나에게 화를 내시지는 않으셨습니다. 엄마는 내 잔소리에 지치셨을 터인데도 아무 말씀 없으셨습니다.
점심도 마찬가지입니다. 두유와 함께 식빵 한 조각에 버터와 딸기쨈을 발라 드시는 것을 좋아하셨는데, 후라이한 달걀을 함께 드리면 싫어하시는 엄마인 줄 알면서도 하루에 달걀 하나 정도는 드셔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 잡수시게 했던 것이 후회됩니다. 저녁식탁은 주로 며느리가 차렸으니 엄마의 마음이 좀 편했을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녁식사는 그래도 마음 편하게, 맛있게 드셨을 것 같습니다. 장애를 가진 딸이 힘들게 차리는 식탁이 아니라 며느리가 풍성하게 차려드리는 식탁이니 말입니다.
식탁에 앉을 때마다 엄마가 옆에 계신 것만 같습니다. 얼마동안이나 엄마의 허상 때문에 텅 빈 마음으로 엄마를 보고 싶어 하게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눈물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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