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감사합니다... 하나님!

truehjh 2015. 2. 10. 15:21

하나님...!

 

겨울이지만 햇볕 화사하고 따뜻한 날씨에 엄마를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크게 불편함이 없는 시간에 엄마를 데려가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눈물을 잘 흘리지 못하시는 엄마는 남들이 우는 것도 좋아하지 않으시는 성격이셨는데... 장례식장이 동창회 같은 설렘으로 고인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마당이 되었던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습니다.

 

사랑으로 우리를 훈계하시고, 깨닫게 하시고, 북돋워 주시며, 바른 길로 인도하시는 손길을 매순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큰아들 집에 가보고 싶다는 소원은 못이루셨지만, 간병인 없는 5일간 큰아들네의 극진한 간호로 회복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도 감사하고, 엄마가 병원에서 퇴원하신 후 엄마의 방에서 단 열흘간이라도 엄마를 돌볼 수 있게 해 주신 것도 정말 감사합니다. 엄마가 늘 보고싶어 하셨던 장손자 요섭이를 맑은 정신으로 집에서 볼 수 있게 해주신 것도 감사합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병원으로 다시 입원할 수 있는 여유를 주셔서 작은 아들의 마음도 위로해 주셨고, 막내네의 여행 중이 아니고 다녀오고 난 후에 엄마를 불러주셨고, 올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까지 주셨습니다. 엄마는 자신의 존엄을 마지막까지 지킬 수 있으셨고, 또한 우리 자녀들은 주어진 여건에서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님의 은혜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 지난 2개월의 시간들이 꿈만 같습니다. 아니 지난 6개월의 기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까마득합니다. 작년 8월에 떠나기로 예약되었던 프라하여행을 포기하고 엄마 옆에 있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시는 그 순간 까지 오직 엄마만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때로는 나를 괴롭히고, 때로는 나를 기쁘게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엄마가 가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1~2년은 더 계실 줄 알았습니다.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면서 겪는 5가지 과정이 있다고 합니다. ‘부인 - 분노 - 거래(협상) - 우울 - 수용’의 과정이 누구나의 의식 속에서나 이루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의 시간들 속에서는 그런 것들이 분리되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최선을 다해 삶의 시간들을 소중하게 이끄셨습니다. 생명에 대한 엄마의 태도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엄마가 가르쳐준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엄마에게 삼키는 기능이 있을 때까지는 최선을 다 하자...!’라는 다짐이 지금까지 나를 이끌었던 동력이었습니다. ‘너의 행사(Whatever you do...)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your plans) 것이 이루어지리라’라는 잠언 16장 3절의 말씀을 붙들고 말입니다. 

 

이제 엄마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입었습니다. 지금은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지난 10여년 늘 엄마와 함께 있었습니다. 정처 없던 내 50대의 삶을 엄마 곁에 딱 붙어 있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수없이 독립할 기회를 찾았었지만 주어지지 않았었습니다. 그냥 엄마 곁에서, 동생식구 곁에서 평안한 쉼을 갖게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 이제 하나님 곁에 딱 붙어서 내 이름을 가지고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제 60대 이후의 삶도 책임져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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