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t&Fiction/엄마와의시간여행

삶의 결정적 전환

truehjh 2015. 2. 8. 22:18

 

오늘 아침 일찍 유족인사를 드리러 오빠가 다니는 교회에 다녀왔다. 그리고 내가 다니는 교회는 3부 예배에 참석했다. 다른 주일과 마찬가지로 의자에 앉아 주보를 살펴보았다. 엄마의 소식을 알리는 주보 광고란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엄마는 ‘남동생의 모친이고 작은올케의 시모’라고만 소개되어 있었다. 나의 모친이기도 한 엄마의 소천 소식란에 내 이름이 빠져있다는 이유로, 예배드리는 한동안 섭섭해서 눈물이 나왔다. 나의 존재감이 사라진 것 같아 속상하고 서글펐다. 야무지게 살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에 새록새록 화가 났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나의 삶의 기준 중의 하나가 교회였다. 엄마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계속 다니던 교회... 어느 시절엔 그곳이 삶의 전부인양 헌신했던 시절도 있고, 어느 시절엔 냉담하여 주일예배만 참석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교회를 멀리하고 살아왔던 적은 없었다. 최근에는 의료선교팀에 속해서 한두달에 한번 가는 의료선교에만 겨우 참여하는 정도로 연약한 사슬로 엮여있는 상황이지만 교회의 명단에서 내 이름이 그렇게 빠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상하지 못했다. 내 삶의 일부였던 교회생활에서 이렇게 이름도 남지 않을 정도의 존재감이 되어버렸는가에 대한 허무함... 무력감... 그것을 경험하게 되니 허탈하고, 섭섭했다.

 

사실은... 엄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의 일이었지만 가족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내가 그런 존재로 인식되어 있는 줄 몰랐다. 작은올케의 부담을 덜어주고, 큰올케 체면을 세워주려고 했던 것이 불씨가 되었다. 아무도 내 편은 없었다. 지금 나에겐 내편이 될 가족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아픔이다. 엄마마저 안계시니 가족 내에도 내 이름을 둘 자리가 없는 것이다.

 

엄마 없이 살아가는 앞으로의 시간들을 아무 존재감 없이 또 그렇게 살아가도 되는 지에 대하여 자신이 없다. 내 이름을 다시 찾고 싶은 욕심도 있고, 한켠에서는 그것조차 무의미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진정으로 독립된 한 인간으로써의 자리매김을 해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 그리고 60년 나의 신앙생활을 뒤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나의 신앙을 한번쯤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도 감사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요 며칠간 ‘하나님 나에게 기회를 주십시오.’라고 기도하는 시간을 보내다가 오직 하나님... 오직 하나님 앞으로 나오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나온 삶을 반추하면서 나는 이 길에 대하여, 하나님 앞에 나오는 길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하여 애써 무감하게 살아왔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이러한 무감각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고, 미루며 살아 왔다. 앞으로 어떻게 하나님 앞으로 더 가까이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제 ‘어떻게 하나님과의 관계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에 집중하는 것, 이것 외에는 해답이 없을 것 같다.

 

나와 하나님.. 나와 교회... 나와 가족... 나와 이웃... 내 이름으로 살고 싶다는 의지를 삶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삼고 싶다고 그렇게 기도할 때 제주 DTS과정이 생각났다. 그곳에 가면 나의 60년 신앙을 돌아보면서 다시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매 순간 삶의 발걸음 마다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만나고 싶다. 하나님이 나의 삶을 주도하고 계신다는 믿음... 하나님은 내 삶의 주관자이심을 믿는 믿음... 어떤 고난과 고통 속에 있을지라도 그것에는 하나님의 선한 의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믿음... 기쁨과 환희 속에 있을 때에도 그것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이고 선물이라는 믿음을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을... 다시 다짐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엄마 곁에 딱 붙어서 평안한 쉼을 가진 내 50대의 삶 속에는 내 이름이 없다. 이제 엄마가 곁에 계시지 않는 내 60대의 시간에는 하나님 곁에 딱 붙어서 내 이름을 가지고 감사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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